주한미군 주둔이 불가피한 만큼
사건사고는 필연적이다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사실 ‘미군 범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약 270여 건이었다가 2019년부터 작년까지는 약 440여 건으로 170여 건 정도가 오히려 증가했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440여 건 중 약 160여 건 정도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되기도 했다. 미군 범죄는 있으나 책임질 곳은 없다.

미군 범죄는 주한미군지위협정, SOFA 소파를 따르게 돼 있다. 수사 과정에서 과도한 특혜가 있다. 예를 들어, 현행범 체포나 열두 가지 중대 범죄 또는 한미 간의 예외적 협의 사항을 제외하면 가해자 미군에 대한 구금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해자 미군이 일단 부대에 복귀한 이후 출석 조사할 때까지는 신병 확보가 안 되기 때문에 증거 인멸의 우려가 매우 높다. 소파 규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한계가 존재하게 된다. 일회성 땜질 처방만으로는 법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국민이다.

2013년 외교부 산하 주한미군사건사고상담센터가 개소됐다. 20여 년 동안 시민사회단체가 현장에서 미군 범죄 피해자들을 대면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피해자들의 법적 보호망이 절실히 요구되었기에 끈질긴 투쟁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그리고 2016년 외교부 최초 지방조직으로 ‘주한미군사건사고상담센터 평택사무소’가 개소된다. 평택사무소는, 센터장은 외교부에서, 전담 근무자는 평택시에서 파견해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2019년 ‘주한미군사건사고상담센터’는 돌연 ‘소파국민지원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다. 외교부는 그 이유로 ‘지역주민과 미군 간 소통 이해증진 등’을 예로 들었다.

소파국민지원센터는 명칭 변경 후 뚜렷하게 미군과의 협력 사업에 집중한다. 평택시가 피해 당사자가 되었던 미군의 팽성하수처리장 불명수 불법 유입 건이나 미군 옹벽으로 인한 장등리 침수피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평택시는 소파국민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외교부는 중앙행정기관이고 평택시는 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중앙행정기관을 지자체가 가타부타할 수 없다.

평택시 입장에서는 공무원 인건비는 들어가는데 정작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외교부 산하기관보다는 미군과의 ‘갈등관리 조정’ ‘주민불편 민원 해결’ ‘사건사고상담 및 법률지원’등을 담당할 독립적인 기관을 두는 것이 더 유리하다. 미군 범죄는 존재하나 미군도, 외교부도, 정부도 공적 책임은 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자체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안전망을 우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겪은 미군 범죄들이 말한다. 국가안보 문제, 중앙정부의 고유영역이니 개인이나 지자체가 그 피해를 감수하라고. 하지만 평택은 미군기지가 이미 집중되었고, 주한미군 주둔이 상당 기간 불가피한 만큼 사건사고는 필연적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본다. 그리고 언젠가는 분명 사고가 난다. 법적·제도적 안전망이 없는 사고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나. 대답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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