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세계문화를 읽는
좋은 수단이다

 

   
▲ 정재우 대표
가족행복학교

올해도 나는 2박 3일의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사전에 BIFF 부산국제영화제 일정을 보며 영화 내용을 검색한 후 온라인으로 10편을 예약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어린아이가 설날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설렘을 안고서. 부산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영화의전당에 도착했다. 마치 시네마천국의 주인공처럼 집에 온 것이다.

10편의 작품 중 특별히 인상적인 작품은 먼저 카자흐스탄 파르캇 샤리포브 감독의 ‘계략’이다. 감독은 전작에서 술과 마약에 빠진 남자 청소년을 다뤘다. 이번에는 십 대 여자 청소년의 탈선을 다뤘다. 술과 마약, 성매매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다뤘다. 구소련에서 해방된 후 신흥 카자흐스탄 부르주아 계층의 성인들이 어떻게 청소년들을 구조적으로 유인·착취하는지를 고발하는 영화였다.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직접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첫 번 질문자로 나섰다. 공산주의 치하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변환하면서 일어난 이념적 공백에서 오는 사회적 현상은 아닌가? 감독은 그런 면도 있지만 유럽의 청소년들이 겪는 걸 좀 늦게 겪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란 감독 나데르 사에이바르의 ‘노 앤드’는 소박한 서민의 삶이 비밀경찰에 의해 정치적으로 어떻게 탄압받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란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주인공은 집 하나를 소유하고픈 꿈 때문에 거짓말하게 되고 그 일로 계속 심문과 고문을 겪다가 결국 삶을 포기한다.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곤경에 처해 있는 이란의 실정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였다. 우리가 겪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떠오르게 했다.

다음은 우즈베키스탄 욜킨 투이치예프 감독의 ‘변모’란 작품이다. 우즈베키스탄인 군인이 소련군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후 겪은 전쟁 후유증을 소재로 다뤘다. 전쟁 포로로 겪었던 깊은 상처가 일생을 괴롭혔다. 사업으로 거부巨富가 되었지만 전쟁 통에 죽어갔던 이들로 인한 상처가 내면세계에 폐해를 가져와 그를 일생 괴롭힌다. 결국 사업 파트너였던 옛 전우들을 모두 잃고 만다. 감독은 전쟁이 한 인격을 어떻게 파멸시키고 변모시키는지를 여실히 전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인해 입게 될 피해를 예고했다. 마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가져올 피해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담아낸 듯 보였다.

이외에도 이번 부국제에 상영된 영화는 난민, 파괴된 가정과 가족 관계, 비 민주화된 개도국 실정, 암울한 미래 사회, 평화를 갈망하는 군상 등을 다뤘다. 이처럼 영화는 세계문화를 읽는 좋은 수단이다. 또한 문명의 흐름을 감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 큰 공헌은 영화를 통해 민간외교와 문화로 세계 평화를 모색하게 된다는 점이다. 문화교류가 전쟁이나 냉전을 극복하는 좋은 소통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부터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예술적 상상력을 가지게 했고, 더 넓은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미래문명을 이해하는 세계관을 갖게 했다. 부국제는 이런 면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영화가 주는 매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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