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자들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말과 행동에 조심
또 조심하자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1944년 마지막 조선 총독으로 부임하여 1945년 9월 8일 미군 사령관 J.R. 하지 중장 앞에서 항복 문서에 조인하고 1945년 9월 12일 총독 자리에서 해임된 아베 노부유키가 남긴 마지막 말은 우리를 분노케 한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민이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식민 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최근 아베 노부유키의 망령과 저주가 되살아나고 있다. 일본은 진정한 사과 없이 과거의 만행을 없었던 일로 치부하거나 2019년 수출 규제로 우리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자 했다. 이에 우리는 주요 품목 국산화율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그 결과 오히려 일본이 큰 손해를 입고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상황은 역전되었다. 한·일 관계 개선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양국에 이익이 되겠지만 우리가 저자세로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의 굴욕적인 일본 총리와의 만남부터 독도 인근에서의 한·미·일 합동 훈련, 나아가 일본 해상 자위대 창설 70주년 관함식에 우리 해군 함정 1척을 보내기로 결정하는 등 저자세 외교 행태는 고쳐져야 할 것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일본의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전범기인 욱일기를 게양하고 있는데 이를 향해 거수경례해야 하는 우리 장병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과거 두 차례 관함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정부의 해명은 구차하다. 두 차례 욱일기가 걸린 일본 함정을 향해 거수경례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한 적 없다”는 말을 하면서 역사 공부를 다시 하라는 막말을 했다. 집권 여당의 역사의식이 실로 개탄스럽다.

무엇이 그토록 애가 타서 서두르는가? 이런 막말과 행동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제헌국회에서 1948년 친일 민족 반역자와 일제에 협력한 사람, 독립운동가들과 그 가족들을 박해하고 살상한 사람 등 일제강점기 때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반민족 행위 처벌법’을 통과시키고 설치된 ‘반민족 행위 특별조사위원회’에서 7000여 명의 친일파 명단을 작성하고 검거하기 시작하다 ‘국회 프락치 사건’으로 전세를 뒤집고 기어코 1949년 반민특위가 해체되고 ‘반민족 행위 처벌법’마저 폐지된 것이 오늘날까지 아베 노부유키의 망령으로 남아 친일파 후손들이 권력의 중심에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역사의식이 아니다. 사실에 기반하여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다. 과거에 얽매여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교훈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위정자들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말과 행동에 조심 또 조심하자! 역사에 죄인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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