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우 대표
가족행복학교

1. 숨이 막혀와요.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절규, 함성,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요. 이 상태를 벗어날 순 없을 거예요.

어어, 엄마 미안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해요. 그동안 코로나로 짓눌러 왔던 젊은 혈기를 잘 발산하고 오라고 웃으며 나를 보내준 마지막 눈인사가 떠올라요.

언제나 나를 이해하고 응원해 주던 아버지의 묵직한 미소가 스치듯 지나가요. 아침마다 전쟁터로 튀어 나가듯 직장으로 달려 나가는 딸을 안쓰러워하던 아버지. 미안해요.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던 모든 날, 미안해요.

나를 잃는다면 아마 세상을 다 잃는 것과 다름없을 엄마, 아버지, 미안해요. 나는 여기까지인가 봐요. 내 옆에 신음하는 친구도, 낯선 얼굴들도 이제 소리가 없어요. 먼저 떠났나 봐요. 이젠 내가 떠날 시간 어어, 엄마, 미안해, 정말.

2. 너를 보내는 게 아니었어. 사람들이 몰려나올 거라고 뉴스에서 들었는데 내가 미안해. 너를 억지로라도 붙잡지 못해서 너의 행적을 찾아 그 비통한 골목을 헤치며 다녀봤지만 널 볼 수 없었어. 대체 어디로 간 거니?

마지막으로 우리 딸 얼굴을 봐야지. 아니면 난 믿을 수 없을 거야. 너를 더 많이 바라봐 주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해야 했는데. 미안해. 너무너무 사랑했다. 내 생명보다 널 더 사랑했어. 진작 그런 마음으로 사랑한다고 해야 했는데. 미안해.

이 병원, 저 병원 중환자실과 안치실을 다 뒤지며 다녔단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그런데 이젠 그런 희망보다 널 위해 기도만 나오는구나. 만약 우리 애를 데려가야 한다면 부디 그 삶의 무게와 육체적 고통을 덜어달라고. 이제부터는 편안히 쉴 당신의 손에 맡긴다고. 널 어찌할 수 없어서 미안해. 사랑하는 딸, 미안해.

3. 아아, 이렇게 비통할 수가, 이렇게 황당할 수가, 우리의 무력함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하는구나. 그 비운의 현장, 아비규환의 자리에서 젊은 너희들을 이렇게 보낼 수밖에 없다니. 왜 좀 더 세심하게 대비하고 지도하지 못했는지. 미안해. 우리 어른들이 미안해.

죽도록 정신없이 CPR을 열심히 했지만 차가운 표정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가던 꽃잎들. 그 창백한 얼굴들. 무언가 할 말을 삼킨 채로 그렇게 하나둘 떠나가는 너희들을 붙잡지 못해 미안해. 다 우리의 잘못이야. 우리가 결국 너희들을 이 거리로 내몬 거야. 미안해.

아, 이런 슬픔을 더 이상 겪지 않기를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 우린 다른 것에 너무 취해 있었어. 너희들 생명보다 엉뚱한 것에 시선을 빼앗겼던 거야. 허망한 걸 이제 알게 되다니. 미안해.

무너져 가던 너희들의 소리,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소리 없는 소리를 기억할게. 축제가 이렇게 끝나선 안 되는데. 너희들 요구에 좀 더 귀 기울어야 했는데. 미안해.

우리를 가눌 수 없는 비통함이 억누르고 있어. 모두의 고통으로 다가오는 오늘을 아파하고 있어. 하지만 마냥 슬픔에만 젖어있지 않을 거야. 너희를 향한 미안한 마음 가지고 털고 일어날게. 너희가 원했던 더 나은 그런 세상으로 고쳐 나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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