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진정한 의미는
주민들의 일상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안보’ 관련 언어가 한국 사회만큼 맹위를 떨치는 경우도 드물다. 다른 나라에서는 ‘안보’가 대외 관계 용어지만 우리에겐 내부 통치용이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 발언도 그렇다. 해묵은 색깔론이지만 발언 즉시 지목받은 상대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인물로, 반국가 세력으로 인식된다. 이토록 간단한 발언에도 한없이 취약한 한국 사회이다 보니 ‘안보’ 관련 말 한마디가 정치 행위가 된다.

‘안보’처럼 정립되지도 다듬어지지도 않은 개념도 없다. ‘세계화 시대의 국가 안보’란 책에서는 안보를 “underdeveloped 미흡한”, “저개발된 개념”으로 쓰고 있다. 우리는 워낙 안보를 자주 쓰고 듣다 보니 오래된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1년 미국에서다. 미국의 ‘안보’ 용어는 통제 규범으로 쓰였다. 이후 한국 사회는 미국의 안보 개념을 고스란히 답습해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안보는 내부 통치용으로, 안보를 위해 군사적, 물리적 힘은 불가피하며 개인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달 ‘2022 평택국제평화안보포럼’이 열린다. 이번 포럼의 주요 세션은 ‘한반도 주변 정세와 경제·기술동맹의 향후 전망’과 ‘동북아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과 평택시의 역할’이다. 두 세션 모두 전통적인 안보 개념을 담은 국제 정세와 주한미군 관련 사안이다. 포럼은 평택시가 주최하고 주관한다. 미군기지 사안들은 국가 간 조약으로 맺어져 있어 지자체는 법률적 권한이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한다. 지자체가 이 주제를 가지고 포럼을 하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 정부 기관인 외교부와 국방부는 무엇을 하고 지자체가 국제정세와 안보까지 손을 대야 하는 걸까? 주한미군 역할을 지자체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걸까? 국제 정세와 동맹의 전망을 제시할 만큼 지자체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 한미국제교류과는 ‘안보’를 내세운 포럼을 어떻게 하여 진행하게 된 걸까?

지자체 본연의 역할은 지역주민이 가진 공동의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주민의 삶과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 국가 안보와 국제정세는 정부 차원의 사안이지 평택시민이 가진 공동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포럼을 통해 평택시가 지역사회와 미군과의 관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평택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 본 주민에게 지자체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주민피해가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규정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구제가 어려울 경우, 예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무엇일까 먼저 고민할 때만이 지자체의 역할도 높일 수 있다. 이것이 주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지자체의 역할이자 권한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기존 ‘안보’ 개념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국가 안보가 곧 개인의 안보와 안전에 직결되지 않다는 것, 주한미군도, 군대도, 경찰도 코로나바이러스에는 무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가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안전 개념만이 국가도 사람도 살린다는 것과 국가 우선인 안보가 아니라 개인, 국가, 지구의 안전을 동등한 가치로 인식하는 안보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 하여 정부, 지자체, 미군이 너무나 잘못 사용했던 단어, 안보의 진정한 의미는 주민들의 일상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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