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가치가 오롯이 담기고,
오롯이 전해질 수 있는
‘평택박물관’을 희망한다

 

▲ 신혜연 주무관
평택시 미래전략관 비전전략팀

‘평택박물관’을 만든다고 한다. 평택에 가치 있는 유물이 있었나? 여러 번 생각해도 박물관을 채울만한 유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전시할 유물도 없는데, 무슨 수로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건지 의구심을 품고, 지난 11월 18일 열린 ‘제3회 평택박물관 포럼’에 갔다.

이날 강연은 ‘왜 평택박물관을 만들어야 하는지’ 대한 명쾌한 답을 주면서, 동시에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제시하는 자리로 느껴졌다.

강사로 나선 박석수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 부회장은 ‘뮤지엄’이라는 단어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원래 박물관은 미술관, 과학관, 자료관 등을 포괄하는 큰 개념인데, 사람들이 그것을 경계 지으려고 하는 경향이 커서 구분 없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박물관 대신 ‘뮤지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박물관은 딱딱하고 정적인 곳이라는 일종의 사회적 편견이 있다는 이야기다.

강연 내내 이 ‘뮤지엄’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콕 와 닿았다. 평택에는 ‘가치 있을’ 유물을 만들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우리 시는 박물관을 짓는 것이 아니라 ‘뮤지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석수 부회장은 평택의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우리 시가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는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평택에는 ‘세계 최대’인 것이 두 개나 있다. 반도체공장과 미군기지.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활용해 평택이 ‘세계 최고 도시’가 되는 꿈을 꿔 보자. 그 꿈이 평택박물관을 채울 가치 있는 유물을 만들 것이다. 너른 평야만 있던 평택이 어떻게 세계 최고 도시가 되었으며,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평택박물관에서 만나는 상상을 해 본다.

자, 이제 꿈을 위한 준비를 해 보자. ‘평택박물관’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올해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우리가 아는 카타르는 중동의 작은 나라, 석유로 부유해진 나라 정도일 것이다. 그런 카타르에 세계적인 명소가 있다. 바로 ‘카타르국립박물관’이다.

이날 박석수 부회장은 카타르국립박물관에 다녀온 소회를 “카타르 사람들의 굉장히 깊은 철학과 프라이드를 느꼈다”고 말했다. 어떻게 언어도 낯설고, 문화도 알지 못하는데 박물관에 가서 본 것만으로 그곳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우리 평택박물관도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 사람들이 와도, 미국 사람들이 와도 평택박물관에 오면 우리 지역의 가치를 오롯이 느끼고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나아가 그 가치가 대대손손 전해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만든 우리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그 아이의 자식이 평택박물관에 와서 볼 수 있다면? 할머니가 아빠를 생각했던 그 마음이 전시관의 투명한 유리 너머 아이의 마음속으로 잔잔하게 스며들 수 있으리라.

정말 그런 공간으로 평택박물관이 만들어진다면, ‘박물관’이 아니라 ‘뮤지엄’으로 시민들이 자주 찾는, 사랑하는 곳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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