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참으로 많다. 물론 자연 속에도 많고 인간사회 속에도 많다. 아름다운 것이 없어서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보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서 못 보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통하여 느끼는 행복은 마음으로 짓는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서 꼭 이곳저곳을 찾을 필요도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단의 공연을 봐야 할 필요도 없고 세계 유수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다니면서 불후의 명작들을 감상할 필요도 없다. 그런 것들이 아름답다는 것은 거의 누구나 동감하니까.
‘작은 것에 미소 짓고 행복해 하는 것들’이라는 한 블러그의 글을 인용해 보면, 버스 안에서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는 아기를 볼 때. 자선냄비에 작은 손으로 동전을 넣고는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는 꼬맹이의 얼굴을 볼 때. 깊은 겨울날 밤에, 오랫만에 “메밀묵~~ 찹싸알 떠억~~” 하는 구수한 목소리가 들릴 때. 우연히 책상서랍 구석에서 어렸을 적 일기를 발견했을 때. 버스에서 재미있는 라디오 사연이 나오는 것을 듣고, 버스에 탄 모든 사람이 “하하하하” 웃을 때. 하나도 안 웃긴 내 얘기 듣고 웃어주는 친구를 바라볼 때. 옛날에 입던 옷에서 1000원짜리를 발견할 때 등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서도 아름다움들을 찾을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같은 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이 있고, 아름답다는 그 사람을 보고 뭔가 이상하게 된 사람이 아니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며칠 전, 일본의 대학에서 오랫동안 가르치시다 은퇴하신 한 노 교수님을 만나 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가운데 한 일본시인의 시를 소개 받았다. 작년 99세에 생애 처음으로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작은 행복들을 일기형식으로 시집을 내었는데, 지진으로 힘들어 하는 일본인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100만 부 이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시바다 도요라는 할머니의 시로 다음과 같다. 
 
창문을 두드리며 찾아온 바람에게 문을 열어 주었네.
그랬더니 함께 온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떨었지.
“할머니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 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고 말았네.

급속한 현대과학의 문명과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고 금방 낡아버려 옛것이 되어 버리는 요즘, 시적인 기교로는 설명될 수 없는 진심이 담겨있는 이 시의 감동은 우리로 하여금 가슴 한 구석에 담긴 첫 사랑을 만나는 것처럼 아리다.
이 글을 마치면서, 보잘 것 없는 내 글을 읽으며 조금이라도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띨 사람들을 생각할 때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함이 전해져 옴을 느낀다.

 





김준경
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한국기독교사회복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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