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터지게 응원가를 부르며
새 역사, 그때 그 자리를
만들어 보자

 

 

   
▲ 정재우 대표
가족행복학교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그때 그 자리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 20년 세월이 지나고 그때 그 자리를 맞이한다. 2002년 4강전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 500만 명이 거리응원에 나섰다고 했다. 전 세계가 놀라고 있었다. 국민응원단은 이미 12번째 선수로 불리고 있었다. 얼마나 감격하고 흥분하고 미쳐있었던가? 홍명보 선수가 마지막 PK를 성공시키던 그 순간을! 4강 신화를 완성하던 그때 그 자리를!

시간과 공간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중에 ‘카오스’와 ‘코스모스’라는 단어가 있다. 카오스는 ‘혼돈’을 의미하고 코스모스는 ‘질서’를 의미한다. 성경적으로 말한다면 창세 이전의 세계는 카오스의 세계요 창조 이후의 세계는 코스모스의 세계라 할 수 있다. 혼돈에서 질서의 시공간으로 들어가는 대변화 혹은 대변혁의 사건을 가리켜 역사의 분수령이라고 한다.

월드컵 4강 신화가 하나의 분수령을 이루었다. 우리는 그때 그 자리를 바라보며 미래의 환상을 그려본다. 그 환상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까닭은 그때 그 자리를 체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구체적인 미래인지 모른다. 역사는 이처럼 중요한 표지판을 제공한다.

승리할 경우에 우리가 즐길 환호와 흥분을, 그리고 패배할 경우에 우리가 맛볼 쓰라림과 좌절감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 역사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자리, 잊힐 수 없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가슴에 새겨야 미래가 있다. 아브라함이 모리아산에서 아들 이삭을 제물로 드리는 순간은 위대한 역사가 되었다. 모세가 지팡이를 들어 홍해를 가리킨 순간은 영원한 구원 찬양의 제목이 되었다. 여호수아가 법궤를 맨 제사장들에게 요단강으로 들어가라고 명하던 순간도 역사가 되었다.

이제 그 역사를 기억하는 현재를 사는 자들은 미래를 확실하게 그릴 수 있다. 그때 그 자리를 제대로 알고 있기에 미래가 제대로 보인다. 역사는 과거만을 말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미래에 일어날 일도 역사에 편입된다.

그런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고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는 지혜가 있다면 현재를 어떻게 살지 결단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에서 제대로 미래를 예견하는 그림을 그려보았다면 이태원 참사를 당하지 않았을 것을. 긍정적으로는 4강 신화에서 제대로 미래를 그려 준비하였다면 우리는 포르투갈 전에서 다시 그 때 그 자리의 역사를 맛보게 되리라. 간절히 바라는 바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무너져가는 환경파괴로 찾아온 기후변화가 주는 고통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며 교회는 무엇을 보았는가?

역사의식을 말할 때 ‘지금, 여기’를 중시한다. 그것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고 현재를 결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나는 지금 여기에 있는가? 왜 우리 공동체는 지금 여기에 있는가?

그래서 그때 그 자리를 잊지 말자. 과거의 한 시점만 아니라 미래의 그때와 그 자리를 잊지 말자. 함께 열광하고 환호하고 목 터지게 응원가를 부르며 새 역사, 그때 그 자리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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