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불만 폭발 한때 험악한 분위기, 김 시장 면담 후 자진 해산

 
지난 13일 오전, 브레인시티 농지대책위(이하 농대위) 주민들이 시청을 방문해 김선기 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전에 외부일정이 잡혀 있던 김 시장이 면담에 응하지 않고 자리를 뜨자 이에 격분한 주민들이 시장실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 직원들과 주민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고 기물이 파괴되는 등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 경찰이 출동하는 등 한 때 긴장이 고조됐으나 주민들이 시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가고, 시 측에서도 차분한 대응을 해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사태는 없었다.
시위를 주도하던 농대위 이동인 위원장은 “처음부터 농성에 들어가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1년 반 동안 수없이 면담 요청을 했으나 담당 과장이나 하위직 공무원들과의 형식적 만남만 있었을 뿐 서로 미루기만 하고 시장은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참다못한 주민들이 면담 한번 하자고 찾아갔는데, 가타부타 말도 없이 외부 행사를 이유로 자리를 뜨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그동안 대화로 문제 해결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시에서는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고 주민을 우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성에 들어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평택시 개발의지 없다”
일부 언론에 발표된 것처럼 “평택시가 브레인시티 3개단지(산업단지·주거상업단지·학교부지) 가운데 산업단지 40만평을 따로 떼어 개발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는 방안도 이날 주민들의 농성에 인화재로 작용했다.
이 위원장은 “ABS(유동화증권)발행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거부하고 있고 은행권에서 사업추진  근거로 요구한 18만평 책임분양도 못한다던 평택시가 그보다 훨씬 덩치가 큰 40만평은 어떻게 개발하겠다는 건지 납득하기 힘들다”며 “의지만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데도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으로 브레인시티 사업을 저해하고 있어 추진의사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또 그는 “김 시장은 그동안 ‘채산성이 없다, 사업구도가 안 나온다, 성대의 의지가 없다, 시행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등 사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을 수시로 하고 다녀 대외적으로 브레인시티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고 금융사들도 지원을 꺼리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월 17일 ‘브레인시티끝장토론회’ 녹취자료에서 성대측은 “우리도 사업 지연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평택시가 언론을 통해 사업성이 없다는 등 부정적인 표현을 해 재단 이사진에서도 평택시가 부정적인데 면적축소 등 사업 추진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대학교에서는 수차례 공문을 보내 평택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였으나 아직까지도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평택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시 행정에 대한 불신의 벽 높아
2010년 3월15일 경기도로부터 일반산업단지계획 승인을 받은 브레인시티 조성사업은 승인 2년이 다되도록 보상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평택시와 브레인시티개발, 성대 등 주요 관계기관들이 책임 전가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힘없는 주민들은 은행빚 때문에 땅이 경매로 넘어가고 이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는 등 실질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3월 14일이 되면 사업자 변경 또는 연기를 해야해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인내심이 바닥난 주민들이 실력행사로 나선 것.
시 관계자는 사태 진화를 위해 주민들에게 “시장과의 면담을 주선하겠으니 농성을 풀고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농대위 측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시장이 면담에 응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면담이 이뤄졌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과 시 사이에 깊은 불신의 늪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브레인시티 조성사업을 둘러싼 시와 주민과의 이러한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계자들이 비공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한 ‘브레인시티끝장토론회’에서의 서류 공개 약속을 놓고도 “공개 약속을 확약했다. 녹취록을 보면 안다”는 농대위 측 의견과 “확약한적 없다. 민감한 서류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맞서는 등 진실공방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현재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주민소환제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겠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는 좋지 않다며 “주민들의 요구다. 지자체 구성원으로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현 상황을 타개되지 않는다면 그런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 향후 법적인 대응과 집회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으로 이미 집회신고를 다 해놓았다”고 말해 이번 농성이 일회성이 아님을 밝혔다.

소통의 계기 마련, 뚜렷한 합의점은 못찾아
김 시장은 오후 4시경 외부 행사를 마치고 복귀, 농성중이던 대책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약속에 따른 보상의 조속한 이행, 사업철회 시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과 원상복구 등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요구를 접한 김 시장은 “일부에서 여러 가지 루머가 돌고 있는데 이것은 거의 사실무근이며 시장으로서 브레인시티의 성공적 유치를 누구보다도 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들과의 소통에 대해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 “주민들의 뜻이 그렇다면 전향적으로 모든 사항을 검토해 보겠으니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달라”고 덧 붙였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농대위 이 위원장은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시장의 생각이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다”며 “일단 소통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표류하는 브레인시티 조성사업을 둘러싼 주민들의 불만이 시장실앞 점거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표출된 이번 농성은 오후 늦게 김 시장과 브레인시티 농지대책위 관계자들과의 면담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평택시 관계자는 “대책위 주민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 고성이 오갈수도 있고 농성을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몸싸움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시청 측 4명, 대책위 측 1명)하고 기물파괴 행위가 일어난 것은 본질과는 다른 문제다.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혀 사후처리 문제를 놓고도 갈등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브레인시티 문제는 시의 소극적 대응과 각 주체들의 책임공방 그리고 경제 환경 악화라는 외부요인이 맞물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향후 김 시장의 시정 운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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