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대책으로 일관…실질적 해소 방안 요구돼

 
학교폭력은 이미 심각성의 수준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학교폭력이 여간해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택도 이미 심각한 수준일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더욱이 학교폭력의 양상이 점차 낮은 학년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까지의 형식에 그친 대책이 아닌 좀 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평택교육지원청도 대책마련 고심
지난 6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학교폭력 근절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한 가운데 평택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평택교육지원청도 이에 따른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은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학교폭력을 1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교사들의 위상이 실추된 점과 교사들 스스로 무기력감에 빠져있는 것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며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각 학교가 독립된 권한을 갖고 있어 교육지원청에서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 학교장들에게 권유만 해주고 나중에 평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정책들은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에 중점을 두었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지원청도 평택시청과 평택경찰서, 정신보건센터, 학교장 등 지역 각계의 다양한 단체들과 연계해 함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택교육지원청의 학교 폭력대책이 기존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더했다. 평택교육지원청이 내놓은 학교폭력에 관한 대책은 가해학생을 타 시·군으로 전학시키거나 평택Wee센터를 통한 위기학생 심리치료, 지역청소년지원센터와의 상담연계, 학부모 교육과 참여기회 확산, 또래상담 활성화, 인성교육 강화 등이다.
그러나 대책으로 내놓은 것 중 가해학생을 학군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보내는 일만 해도 적절한 대안교육기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강제전학은 공허한 탁상공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평택의 한 교사는 “강제전학을 시키려면 해당 학생과 학부모는 고사하고 받아들일 학교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문제가 있어 쫓겨 오는 학생을 어느 학교에서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대책 중 평택 Wee(We Education Emotion, 학생안전통합시스템)센터는 상담교사와 임상심리사가 위기학생들의 상담과 정신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 학생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전문적인 치료와 장기간의 교육을 요하는 일이라 단기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위센터가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관한 문제 역시도 특별한 대책 없이 교과서 위주의 인성교육을 진행하여 교육지원청에서는 교육 내용 중 인성교육에 관한 부분을 보완·권고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해 아쉬움을 남겼다. 

처벌과 징계는 또 다른 폭력을 양산할 뿐…실효성 있는 대책마련 시급해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담화문에는 대부분 가해학생 즉시 격리조치나 징계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기, 보복행위 가중징계, 가해학생 학부모 특별교육, 인성발달관련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입학사정관 전형 시 반영하게 하는 등의 정책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책 역시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처벌위주의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의 학교폭력에 관한 책임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에게 묻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평택의 한 학부모 단체에서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와 처벌 강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또 다른 폭력을 양산할 뿐”이라며 “처벌보다는 장기적인 인성교육과 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안교육기관이 더 많이 마련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정부의 처벌 위주 정책을 꼬집었다.
송탄의 한 교사는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시적인 상담이 아니라 꾸준하고 지속적인 상담과 치유과정”이라며 “학교 내에서 전문 상담사가 상주해 지속적이고 꾸준한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학교 내에서의 상담교사는 제 위치를 잡지 못하고 고작해야 아르바이트 교사 취급을 받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청소년 문제 담당 교사들을 교육하는 장기간의 인성지도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이 인성지도 교육을 받은 후 각 학교로 돌아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때 청소년 폭력이나 위기 청소년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평택교육지원청에서 평택시, 평택경찰서, 평택시 전역의 청소년문제 유관기관들이 모여 각 기관간의 업무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학교폭력 해소에 관한 시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