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는 엄청나게 큰 시스템인데, 이를테면 1년 예산이 수십억엔 정도 되는 지역에 1기당 4~5천억엔 하는 원전이 몇 개 씩 세워지면 그 지역에 원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전 한구석에 지역이 붙어있는 것처럼 되어버린다. 극단적인 말 같지만 여하튼 그러한 구조의 원전의존 형 지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지역발전은 오히려 늦어지고 후퇴하는 측면이 있다”-다카기 진자부로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녹색평론사』

진정한 의미의 지역발전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자립공동체를 유지하던 지역 고유의 생활기반을 무너뜨리고 괴물 같은 핵발전소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지역발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그런 일이 대한민국 곳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이 그렇고 강원도 골프장이 그렇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평택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른 평야가 있어 황금벌판을 자랑하고 항구가 있고 지역에 있는 공단에는 꽤나 유명한 자동차 회사와 그 부품업체들이 있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제약회사도 있는 평택, 그러니 나름대로 먹고살며 지역 내에서 재미있게 살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한 곳이다.
무엇보다도 농업이 아직 살아있어 석유가 없어진다고 해도 농사지을 땅이 있으니 이곳은 굶어죽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석유고갈시대를 맞아 참 소중한 지역인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국회의원이 되거나 지자체 장만 되면 모두가 무엇을 유치한다고 난리다. 덕분에 미군부대가 들어왔고 삼성이 들어온다고 하고 엘지가 들어온다고 한다. 평택시는 삼성이 가진 한 대학을 유치하는 데 땅을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빚보증까지 서겠다고 나서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들어온다고 별로 지역주민들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농지에 콘크리트를 발라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는 일인데다가 땅을 가진 일부 지주들만 거액의 목돈을 보상으로 받는 것이지 나머지 사람들은 위의 핵발전소마냥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잃고 그곳에 의존하고 시에서는 일부 세수나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자립가능한 공동체 사회를 부수고 지역에 불평등을 낳으며 지역을 일개 기업이나 외부의 세력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을 발전이라고 우기고 있는 꼴이다.
세금을 얻어 또다시 콘크리트를 붓기 위해 이들은 정치에 나선다. 지역발전이라는 것이 지역 고유한 내용을 알차게 채워서 스스로의 힘으로 잘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때다. 아이들의 웃음이 돌아오고, 지역의 깨끗한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지역에 맑은 산천에서 뛰어노는 것은 왜 발전이 아닌지 다시금 돌아보아야 할 때다.


 

 

 

 




노완호
성세병원 의사
평택지역 녹색평론 독자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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