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잘한다

 
학교 교육의 가장 큰 가치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역사를 바꾸는 인물, 세상을 발전시키는 인물,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인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학교의 교육목표가 배운 것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 하는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배운 것을 얼마나 암기하고 있느냐를 알아보는 시험만 되풀이해서 보기에 교육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하향평준화가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어느 학교에서든 보편화되어진 시험방식인 네 개의 답 가운데서 맞는 답 하나를 골라내는 ‘사지선다형’ 시험문제가 바로 그 원인입니다. 그리고 공부 못하는 대통령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시험을 보고 중학교에 진학하던 입시 제도까지 바꾸어 '뺑뺑이'로 만들면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교육이 사람을 바꾸어야 하는데 사람이 교육을 제멋대로 바꾸어 놓았으니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지요.
‘교육 백년대계’라는데 정부 수립이후 가장 많이 바뀐 것이 바로 교육정책이었고 해마다 대학진학을 위한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도 제멋대로 바뀝니다. 이렇게 무질서한 교육환경이다 보니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문제를 추리해 나가는 사고력을 키우고 공간지각력을 확장시켜 지적知的 자기발전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답만 찾아내기 위해 눈치만 빨라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요즈음 학원에서는 문제풀이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찍기 비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암기식 교육과 주입식 교육은 아이들에게 기회주의적 사고만을 가르치게 되며 창의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획일적인 학교교육에 회의를 갖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 부모가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홈스쿨링’을 하는 학부모끼리 연대해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교육의 질을 높이기도 하고 또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 각 가정에서 고립되어 공부를 계속하는 바람에 부족해지기 쉬운 사회성 교육이나 인성교육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1100개나 되는 발명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미국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에게는 끊임없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준 어머니가 바로 학교였습니다. 그러니까 학교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에디슨이 바로 ‘홈스쿨링’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인류의 사표가 되는 중국의 맹자 어머니도 훌륭한 스승이요 학교였습니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학교 교육에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휩쓸려 따라가는 ‘로봇식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내며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홈스쿨링’의 참뜻이라 할 수 있겠지요.
1938년
미국 뉴욕에 있는 한 특허사무실에서 다른 사람이 쓴 글과 그림을 똑같이 베껴내야 하는 일에 골머리를 앓던 ‘체스터 칼슨’은 천신만고 끝에 최초의 복사기 ‘제로그라피’를 발명해서 특허를 받았습니다. 구텐베르그 이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었습니다. 이 복사기가 바로 오늘날 복사기의 대명사가 된 ‘제록스’ 복사기였습니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지만 가진 돈이 없고 가난했던 칼슨은 이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GE·IBM·KODAK과 접촉해서 복사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제휴를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후일 제록스 복사기가 이 지구를 뒤덮을 즈음 IBM은 사업제의를 거절했던 일을 두고두고 땅을 치며 후회를 합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이유는 당연히 성적을 따져 등수를 매기기 위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학교 우등생은 사회 열등생이 되고 학교 열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된다.
우등생이란 학교에서 시키는 일을 원리원칙 대로 꼬박꼬박 잘 해서 우등생 소리를 듣지만  그렇게 꼭두각시처럼 시키는 대로만 하면 융통성도 없고 창의력이 부족해서 복잡다단한 구조를 가진 사회에 나가게 되면 제 때 제 때 적응을 하지 못해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율적인 사고가 넘치는 아이들은 획일적인 학교생활에 만족을 하지 못해 시험을 봐서 얻는 성적은 부족하지만 사회성이 뛰어나고 새로운 것에 적응력이 뛰어나다 보니 세상에 나가서 부딪치는 일마다 유연하게 대처를 할 수 있기에 원하고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살림이 넉넉한 부모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결해 주는 여유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다 보면 적극성이 결여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집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필요한 것들을 얻어낼 수 없었기에 공부를 신분상승의 발받침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197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에서는 매달 월말고사를 봤습니다. 그 때만 해도 경기도에서 실시하는 학력고사 시험을 봐서 그 학년에서 전체 1등을 하면 1 등을 한 학생네 집에서는 그 학년 담임선생님을 모두 모시고 한바탕 축하잔치를 치렀습니다. 없는 집 아이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일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저녁 늦도록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다가 돌아가는 길에는 모두 ‘봉투’도 하나씩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깁니다.

이동진은 홍익대 미대 卒, 한광고등학교 교사, MBC창작동요제 대상곡 ‘노을’의 작사가다. 

※ 블로그 http://blog.naver.com/jaa_yoo(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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