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륙의 서쪽 끝 여행기-2

리스본(Lisboa)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Lisbon)의 이미지는 따뜻함이다. 어디를 가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밝은 웃음이 파란 하늘에 가득 하다. 골목에서는 개구쟁이들이 이름 모를 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광지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맛난 빵을 뜯으며 커피를 즐긴다. 연인들의 과감한 애정 표현은 파리나 밀라노에서 본 모습들보다 못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나라가 유럽의 재정 위기에 빠진 나라 중 한 곳이라는 것은 좀 의외다. ‘PIGS’라고 표현되는 재정 위험국은 포르투갈(Portugal), 이탈리아(Italy), 그리스(Greece), 스페인(Spain)의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또한 국가 재정과 경상수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위기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이 증가하면서, PIGS에 아일랜드(Ireland)가 포함된 ‘PIIGS’, 영국(Great Britain)이 포함된 ‘PIGGS’라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 한없이 밝은 어린이들의 미래에 먹구름이 끼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포르투갈 해양 왕국의 전성기에 대한 그리움을 가장 잘 나타낸 곳이라면 단연 벨렘(Belem) 지역이다. 리스보아 서남부에 위치한 벨렘 지역은 가는 곳곳마다 다양한 유적지와 민족적인 자부심이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 대서양으로 바로 연결되는 테주(Tejo)강변에 고고히 서 있는 52m 범선 모양의 ‘리스본 발견기념비(Padrao dos Descobrimentos)’는 가장 대표적인 조형물이다. 특히 이 기념비가 서 있는 장소는 희망봉을 발견하고 인도 항로를 개척한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1469~1524)가 꿈을 찾아 첫 항해를 떠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 기념비 앞 쪽 넓은 광장에는 과거 포르투갈이 지배하거나 점령했던 국가들이 세계 지도와 함께 표시되어 있어서 민족주의적 자부심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벨렘 지역에는 이 밖에도 포르투갈의 전통 양식인 마누엘(Manuelino) 양식으로 지어진 벨렘탑(Torre de Belem)과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onimos)이 유명하다. 마누엘 양식은 포르투갈 왕 마누엘 1세(Manuel I, 1469.5.31~1521.12) 통치기에 행해진 건축양식으로, 고딕양식 위에 항해용구, 매듭무늬나 어개류(魚介類) 해초 등을 모티브로 한 풍부한 장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1983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벨렘탑은 리스보아의 상징이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데, 1515~1521년에 건설되었으며 나비가 물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35m 높이의 3층탑이다. 아름다운 테라스가 있는 3층은 옛날 왕족의 거실로 이용되었으며, 지금은 16~17세기의 가구가 전시되어 있다. 2층은 포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항해의 안전을 수호하는 ‘벨렘의 마리아상’이 서 있다. 1층은 19세기 초까지 정치범 수용소로 사용되었다. 스페인 지배에 저항하던 독립운동가, 나폴레옹 군에 반항하던 애국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이 밀물 때에는 물이 가슴 높이까지 들어오고 썰물 때에는 물이 빠지는 이 감옥에서 고통스러운 옥살이를 했다. 대항해시대에는 리스보아 항구를 떠나는 모험가들을 전송하고, 오랜 항해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모험가들을 가장 먼저 반갑게 맞이하는 탑으로 그 역할을 해왔다. 리스보아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 탑을 배경으로 결혼식 사진을 찍을 만큼 사랑받는 탑이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또한 1983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여전히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 수도원은 1755년 수많은 사망과 재난을 준 리스보아 대지진 때에도 벨렘탑과 함께 건재하게 남아있어서 그 당시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웅변하고 있다. 거대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매우 소박하며 아기자기한데, 특히 25m의 높은 천장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은 대항해시대의 작품답게 해양과 관련 있는 장식들이 가득 차 있다. 수도원 내부에는 바스코 다 가마,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의 활약상을 서사시로 읊은 국민시인 루이스 데 카몽이스, 마누엘 1세 등의 무덤이 있어서 수많은 순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벨렘(Belem)이라는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인 베들레헴(Bethlehem)의 포르투갈식 표현이다. 떡집 혹은 빵집이라는 뜻인데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의 떡’으로 불렸다. 그런데 이곳 ‘벨렘’에도 1837년부터 장사를 시작하여 175년간 끊임없이 빵을 만들어 온 유명한 빵집이 있다. ‘Pasteis de Belem’이라는 곳인데, 이렇게 큰 빵집은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크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의 그 유명한 에그타르트(eggtart)의 원형인 나타(Nata)빵을 바로 이집에서 먹을 수 있다. 갓 구운 따뜻한 나타빵 위에 계피가루와 설탕을 살짝 뿌린 후 한 입 베어 물고 브라질산 커피 한 잔을 마시면 너무 맛있고 행복해서 멍하니 할 말을 잃는다. 옆에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전승되어 온 빵 만드는 비법을 마지막으로 사사받아 계속 빵을 굽고 있다는 이 집에서 진짜 장인의 손길이 어떤 것인지 배우게 된다.


 






윤상용 교사는 한광고등학교에서 윤리와 종교를 가르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한광학원 무선 HAM동아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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