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생략한 선심성 입법, 양심상 할 수 없어”

 
지난 14일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군공항이전법)’ 국방위 상정이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새누리당)의 직권으로 무산되었다. 이 법안은 13일 국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고, ‘표를 얻기 위해 안보를 팽개친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군 공항 이전을 요구하는 지역민원을 받아들여 이 법을 처리키로 여야 합의가 이뤄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통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었다.
군공항이전법은 전국 16개 군공항에 대해 해당 자치단체장이 공항 이전을 건의하면 국방장관이 이전후보지 선정 등 이전 작업을 주도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군공항이전법이 시행되면 전국의 군공항이 이전 요구에 시달릴 게 뻔하고, 공항을 이전하려 해도 1곳당 200만~300만평의 대체부지와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해왔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 등은 “군공항 주변 주민들의 소음 피해와 재산권 행사 침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민원성 법안으로 매도하지 말라”며 “국방부도 국방개혁안 처리 가능성이 있을 때는 찬성하는 태도를 취하다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자 반대하고 나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법안 처리를 요구했었다.
이날 국방위 회의에 앞서 원 위원장은 “정부관련 부처가 공청회 개최를 요구해왔고 일부 국방위원 중에서도 그런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개최를 생략하고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예상되는 후폭풍의 크기에 비춰볼 때 정당성이 미약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상정거부 의사를 비췄다. 그러자 군공항이전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민주통합당 서종표·안규백 의원 등이 “소위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안을 위원장이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원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고 위원장 직권으로 군공항이전법을 회의 안건에서 뺐다.
회의를 마친 원 위원장은 “물론 저도 이 법이 긴 세월 동안 군 공항으로 인해 소음과 재산권 행사상 피해를 받아온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경기도 정무부지사와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을 지낸 입장에서 경기도민, 특히 오산공군 기지가 있는 제 지역구의 평택시민, 그리고 인근 수원기지가 있는 수원시민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국가재정과 군 전략상 부담이 적지 않아 신중한 처리가 요구되는 군 공항 이전 관련법에 대해서는, 공청회를 생략하면서까지 긴급하게 처리한다면 선거를 앞둔 ‘선심성 입법’ 내지는 ‘졸속’이라는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렵다고 우려되었고 제 양심상으로도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상정 거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원 의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용기 있는 결정이다”,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가운데 신선한 결단이다”라는 의견과 “지역주민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독단”, “위원장의 권한 남용”이라는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원 의원은 “평택시민과 경기도민 여러분께서도 이번 국방위 상정 유보가 입법의 포기가 아니라 보다 완벽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법을 만들기 위한 고육책, 말하자면 ‘2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의미로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법안의 국방위 상정이 무산됨에 따라 이번 2월 국회 중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5월 말까지인 18대 국회 임기 중 처리되지 않으면 군공항이전법안은 자동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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