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업자득

군사분계선을 가운데 두고 일촉즉발의 위기를 무기삼아 힘겨루기를 하는 강대국 틈에서 통일을 염원하며 몸부림치는 이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어느 도시에 가도  ‘현충탑’이 다 있습니다. 바로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애국선열을 기리는 탑입니다.
그런데 범국민적으로 치러지는 현충일 행사를 보면 국회의원·시장·군수… 등 등 지역 기관장들이 기념식장 단상에 버티고 앉아있는 볼꼴사나운 광경이 해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충일 행사에 단상에 앉아야 할 마땅한 주인공은 당연히 존경과 감사인사를 받아야 할 유가족과 전쟁을 치루며 몸을 다친 상이용사입니다.
나라에서 정한 국가유공자 예우는 3대까지 해당되는 것이니 응당 그 날 하루만이라도 남아있는 유가족에게 최우선으로 극진한 예우를 갖추어야 할 것이지요. 그런데 6.25 때 태어나지도 않아 전쟁의 비극을 겪어보지도 못한 정치패거리들이 이른바 ‘기관장’이라는 명목으로 단상에 앉아 현충일 행사를 주도하는 것을 보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습니다. 어찌 그들이 현충일 행사에 주인공 노릇을 하는 것인지요!?
비단 현충일 행사뿐만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 되었든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시민이 주인이어야 합니다. ‘기관장’이란 스스로 일꾼이 되겠다고 자처해서 시민들이 뽑아준 것이지 백성들 상전 노릇하라고 뽑아준 것은 결단코 아니지요. 그런데 참으로 어리석게도  주객이 전도되어 백성이 내는 세금으로 먹고 사는 기관장이 백성의 상전노릇을 하는 해괴망측한 일이 우리나라 삼각산 아래부터 국토 최남단 마라도까지 도처에서 너무나 당당하게 벌어지고 있으니 땅을 치고 가슴을 칠 일입니다.
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 그리고 시시때때로 치러지는 지방 자치의원 선거와 보궐선거… 등등
어느 선거가 되었든 선거철이 다가오기만 하면 후보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서민들의 먹을거리 장터인 재래시장입니다. 허리에 띠를 두른 입후보자들은 줄줄이 패거리를 지어 사람들을 몰고 다니며
-생선 두어 마리 사고…
-배추도 한 포기 사고…
-장사꾼이 입에다가 넣어주는 튀김도 맛보고…
그리고 시장에 다녀갔다는 ‘인증 샷’으로 상인들과 어울려 사진을 몇 방 찍고는 시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재래시장 경기를 틀림없이 살리겠다! 라고 외치면서 큰 소리를 치면 어리석고 선량한 백성들은 당장 하루아침에 마치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날듯 그 거짓말에 환호하며 아우성칩니다.
하지만 언제 내가 여기 다시 오겠냐는 듯 한 표정을 짓는 입후보자들은 시장을 벗어나 돌아서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렇게 해서 선거 때마다 속고 속고 또 속은 결과 모든 정치인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살리겠다며 아우성치던 재래시장 경제는 지금 아사餓死 직전에 있습니다.
복날을 맞아 삼계탕 한 그릇으로라도 더위를 잊고 기운을 차려보려는 서민들과 재래시장에서 닭을 잡아서 파는 닭집들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닭은 기계 설비를 해서 위생적으로 잡아야지 시장 상인들이 손으로 닭을 잡는 것은 불법이라는 겁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누더기’ 같은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 뒷돈을 대준 명분을 내세워 협박과 회유를 일삼는 ‘닭 공장’ 대기업들과 정치인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추는 깨춤에 불쌍하고 죄 없는 백성들만 나가자빠지고 있습니다.
말은 좋습니다
-불량식품 추방!
하지만 정작 추방해야 할 것은 단 돈 몇 푼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재래시장을 찾는 서민들 힘없는 백성이 아니라 썩어빠진 정치패거리들입니다.
왜정시대 때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본 받아 자유당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군사독재 때도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잔칫날이나 제삿날에 쓰려고 술 담그고, 돼지 잡는 것은 모두 불법이었습니다. 누구든 고발만 하면 잡혀가고 심지어는 감옥까지 살아야 했습니다. 오히려 왜놈들 시절 보다 더 극악스럽고 악랄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오히려 더 살기 좋았다고… 구관이 명관이라고…
군사 독재정권은 백성들의 오랜 풍습이나 전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멋대로 법을 만들어 백성의 목을 비틀었습니다. 왜놈들이 다 없애고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미풍양속과 전통문화마저 ‘미신타파’라는 이름 아래 몽땅 없애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이 땅에 남아있던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우리 전승문화는 모두 말살되었습니다.
그러니 보고 배운 짓 그 핏줄 어디 가겠습니까!?
저 아래쪽 동네 ‘의료원’ 일만 해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제 몫도 제대로 찾아먹지 못하고 사는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공권력으로 밀어붙이고 윽박지르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독재정권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했다는 것은 이미 다 잊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몇 십 년을 속아 살아왔으면서도 아직도 정신 못 차렸으니 서민들 고통 구태여 동정할 일이 아닙니다. 표를 구걸할 때는 하인이 되겠다더니 당선이 되고나면 상전이 아니라 제왕帝王이 되어 백성을 죄인 다루듯 하는 것 모르셨나요!? 안 겪어보셨든가요!? 뻔히 그럴 줄 알면서 누가 뽑으랬습니까! 그러니 당해도 쌉니다! 자업자득인 것이지요.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