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기적적인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다들 인정하는 바이지만, 우리는 정치적으로도 1945년 이후에 수립된 신생국으로서 혼란과 독재를 극복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불굴의 투지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몇 안 되는 모범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5년마다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서도, 4년마다 이루어지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정상적으로 정권교체와 대규모의 인물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어 대한민국의 정치적인 역동성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올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는데 벌써부터 분위기가 뜨겁다. 너무나 뜨거워서 차분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는 정치적인 선택이 분위기와 바람에 휩쓸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80~90%는 이미 자기의 연고나 친분, 그리고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서 지지정당을 가지고 있고 쉽게 지지정당을 바꾸지 않는다고 본다. 정치적 상향에 따라 지지정당을 바꾸는 나머지 10~20%의 국민이 정치적 바람을 일으킨다. 재임중 아무리 유능하고 깨끗한 국회의원들도 자기가 소속한 정당에 역풍이 불 때에는 이러한 바람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뒤바뀌는 수도권의 국회의원들은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바람의 진원지는 힘겨워진 서민의 삶이다. 물론 그 전에도 그러했지만 1997년 IMF사태 이후에는 우리사회에 양극화가 특히 심화되었다. 그러하니 어려워진 서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고 쉽게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 자영업자, 중소상인, 중소기업인,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실업자, 조기은퇴자… 이런 사람들에게 선거는 집권여당에 대한 한풀이의 기회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었던 이명박 후보에게 경제를 살려달라고 몰표를 준 사람들도 이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계속 양극화는 심화되고 서민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재벌들은 더 살찌고… 이번 국회의원 선거도 사정은 전혀 다르지 않다.
나도 이미 지지하는 정당과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있다. 복잡해진 현대의 정치는 많은 부작용과 역효과에도 불구하고 정당정치를 지향하기에 후보의 됨됨이보다는 정당을 보고 표를 찍을 수밖에 없다. 이러는 나도 가끔은 곤혹스럽다. 예전에 우리 학교와 내가 비리재단의 문제로 국회의 국정감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지지하지 않은 정당의 한 국회의원은 참으로 공정하게도 비리재단과 힘겹게 싸우고 있던 우리에게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었다. 그때도 지금도 그분이 고맙다. 그 분이 내 지역구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이렇듯 지지하는 정당과 인물 사이에는 크든 작든 언제나 틈이 있을 수 있다.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각 당의 공천작업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 내 지역구에 내 맘에 드는 인물이 공천되기를 바란다. 지난 지방선거 때처럼 별로 지지하고 싶지 않은 후보를 정당 때문에 찍고 나오면서 처참했던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제대로 된 공천이야말로 정당정치와 의회정치가 신뢰받을 수 있느냐의 시험대이다.


 
강진철 교수
국제대학교 사회복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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