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희(池瑛熙), 국가지정 시나위 예능보유자 자격 회복돼야

‘지영희전국학술대회’, 10월 26일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향사기념관
지영희, 국악관현악단 역사를 개척한 ‘시조’로 오늘날 전성기 맞아
70년 국악 인생 역정 자세히 다룬 노동은 著 <지영희 평전> 출간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외에 이주할 경우에도 자격을 발탈해서는 안 된다. 나라 밖에서도 우리 전통문화를 보존·전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악 현대화의 선각자 지영희 선생과 그의 부인 성금연 선생이 하와이로 이민가게 돼 1975년 박탈당한 예능보유자 자격을 반드시 회복시켜야 한다”
중앙대학교 총장을 지낸 박범훈 명예교수는 10월 26일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악관현악단 창단 50주년 기념 지영희전국학술대회’ 기조발표문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박범훈 명예교수는 또 “국내에서 활동 중인 100여 곳의 국악관현악단이 지금과 같이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던 것은 국악관현악단 창단을 시작으로 악기 편성·국악기 개량·연주곡 작곡·공연 의상 제작·지휘 전반에 대해 새로운 개척을 시도한 국악 거장 지영희(池瑛熙, 1909~1980) 선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때문에 지영희 선생을 한국 국악관현악단의 역사를 개척한 시조(始祖)로 봐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회장 오용원)가 주최하고 평택시와 평택문화원이 후원한 이날 학술대회는 박범훈 명예교수의 ‘지영희의 삶과 예술’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노동은 한국음악연구소 소장의 ‘근대성, 지영희의 실현’ ▲강봉천 작곡가의 ‘지영희의 관현악 작품에 나타난 전통과 창조’ ▲김은영 중앙대 교수의 ‘지영희 음악의 근대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또 ▲김영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의 ‘지영희의 시립국악관현악단’ ▲정회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교장의 ‘국악예술고등학교의 학생국악관현악단 발자취’ 등 모두 다섯 주제에 걸쳐 주제발표가 이어졌으며 장희선 한국예술원 교수 등 10명의 토론자가 토론에 나섰다.
첫 주제발표자인 노동은 한국음악연구소 소장은 ‘근대성, 지영희의 실현’이라는 주제를 통해 “지영희는 창작가로서 ‘대영산’ ‘시나위’ ‘만춘곡’ ‘휘모리’ 등을 작곡·발표했을 뿐 아니라 원금(대해금)·공후·비파·월금·현종 등의 악기개량에 따른 관현악 배치와 악보기록·재현으로 5선보의 독보력과 음감 교육 등 근대성의 주체성과 합리성을 실현했다”며 “이 실현의 중심은 국악관현악에 있었지만 그의 근대 국악교육체계는 국악예술학교 뿐만 아니라 이곳 출신들의 대학 진출에 따른 근대 국악교육 발전까지 모두 지영희의 영향아래 있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강봉천 작곡가는 ‘지영희의 관현악 작품에 나타난 전통과 창조’를 발표하면서 “국악계는 민속악과 아악 혹은 정악이라는 미명하에 이데올로기를 겪던 과도기가 있었다. 당시 지영희의 창작음악 활동은 그렇게 좋은 시각으로만 보이지 않았으며 창작 음악 역시 소위 아악적(雅樂的)인 음악 선율을 주제로 한 정적인 음악이 대부분 이었고, 지영희의 창작음악은 같은 국악인들에게도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음악이었다”며 “하지만 지영희의 국악관현악곡은 그 자체가 새로운 전통의 시작이었고, 그가 개척한 국악관현악단은 현재 국악을 전공하는 모든 이들의 꿈이 됐다. 국악관현악곡은 이제 국악관현악단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자리 매김 돼 국악작곡이라는 전공분야까지 파생되게 했다”고 말해 국악의 미래를 내다본 지영희의 예지력을 높게 평가했다.
김은영 중앙대 교수는 ‘지영희 음악의 근대성’을 주제로 “지영희가 보인 서구화의 욕망은 그의 전통음악을 향한 강한 애정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곁에서 민속음악을 대하는 관점과 새로운 전통으로 창조해내는 과정을 목도한 제자들을 통해 제2·제3의 근대성이 실현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가 후대에 남긴 의미는 각별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지영희의 시립국악관현악단’ 연구를 통해 “오늘날 국악관현악단은 최초로 창단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위시해 각 지방으로 확산됨으로써 전국적으로 활발한 국악 연주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민족음악사의 발전에 빛나는 업적을 남긴 지영희 선생님의 국악애호정신을 우리 모두 이어받아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결론을 냈다.
정회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교장은 ‘국악예술고등학교의 학생국악관현악단 발자취’ 발표에서 “지영희 선생이 주도한 국악관현악단이 지난 반세기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듯이 앞으로 세계무대로 널리 뻗어나가 전통음악 중심의 한류가 국제적 예술문화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는 말로 국악의 세계화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이날 학술대회의 중심인물인 지영희 선생은 해금산조와 피리 시나위 명인으로, 국악예술학교 교사로 재직 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해 지휘자로 활동했고, 1973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52호 시나위 예능보유자로 지정된바 있다.
한편 이날 ‘지영희전국학술대회’ 직전 평택시의 지원으로 평택문화원에서 발간한 <평택 인물지2-지영희 평전> 출판기념회가 오택영 평택시 부시장·박범훈 중앙대 명예교수·오용원 한국문화원연합회장·김은호 평택문화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노동은 한국음악연구소장이 집필한 이 책에는 경기도 평택의 한 시골마을 무가(巫歌)에서 태어나 굿판을 떠돌 수밖에 없었던 지영희가 숙명을 극복하고 해금산조와 피리 시나위 등 한국 전통음악의 대가로 성장한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국악교육과 국악 현대화의 선각자로 우뚝 선 그의 인생 역경과 그가 전통음악 발전에 기여한 수많은 업적을 체계화하고 있어 학술서로의 가치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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