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주인은 시민이다

지난 10월 초 평택 원평동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올 가을에도 제2회 ‘원평나루 억새·노을축제’를 하게 되었으니 행사에 참석해주면 고맙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원평동의 본디 지명地名은 군문동도 아니고 워낙이는 ‘군문리’ 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의 정서란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격인 짜장면을 ‘짜장면’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나라가 망할 일도 아닌데 굳이 ‘자장면’이 표준말이라고 정해놓고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주며 ‘짜장면’은 무식한 사람들이나 쓰는 말인 것처럼 백성을 억압했듯 어렵고 힘들던 시절 한사람이 겨우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골목골목마다 판잣집들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지붕을 맞대고 늘어서 있는 동네풍경이 어렸을 적 기억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원평동이니 군문동이나 하는 것 보다는 ‘군문리’라고 해야 더 깊은 정감이 가는 동네 원평동.
어쨌거나 원평동 축제에 ‘노을’이란 명칭이 붙은 것은 바로 동요 ‘노을’이 원평동 군문리 다리위에서 만든 것이라 노래를 만든 사람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초대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동네 이름은 원평동이 되었어도 다리 이름은 여전히 ‘군문리’ 다린데 동네만 ’원평동’ 이라 부르니 그 또한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일입니다.
하여튼 축제를 준비하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주소를 묻고 초대장을 보내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18일 핸드폰으로 원평동축제 측에서 느닷없이 문자가 왔습니다. 내용인즉슨 초대장이 다 소진되어 보내지 못한다는 글과 함께 대신 요즈음 유행하는 SNS로 초대장 사진을 찍어서 보낸 것이지요. 그래서 그 메시지를 받고는 바로 축제가 성황리에 잘 끝나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지난 10월 26일 축제 당일날 아침 ‘원평나루 억새·노을 축제’ 측에서 축제 참석여부를 묻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참석을 못할 것 같아서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보낸 메시지를 못 받았다는 것입니다.
초대장은 고작 몇 십장을 찍었나요? 그래서 초대장이 바닥이 난 것인가요?
일껏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초대장을 보내겠다고 했으면 상대가 어린이가 되었든 아니면 사회에서 홀대를 받는 노동자가 되었든 한 번 입을 열어 약속을 했으니 끝까지 책임지고 지켜야 할 것이며 나아가 특별하게 전화를 해서 참석해달라고 부탁을 한 사람이라면 초대장은 잘 받았냐는 확인전화를 한번쯤은 하는 것이 우리의 예의고 도리인 것이지요. 그리고 초대장을 보내지 못했으면 직접 전화를 해서라도 죄송하게 되었다는 말인사는 진작 했어야 옳을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상대가 무슨 대단한 존재라서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초대장이 없어서 못 보낸다는 메시지 한 통을 찍 보내고는 그것으로 달다 쓰다 말 한마디 없이 그 뿐이었습니다. 권력자들에게는 빌붙어서 아첨과 아부를 일삼으며 자신에게 별 소득이 되지 않는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행태를 보면 분노가 일어납니다. 그랬더니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도 모르는 그 사람은 그간 자신이 보여준 잘못은 아랑곳 하지 않고 변명을 늘어놓기에만 바쁩니다. 그렇다면 행사 주최 측에서 시장市長에게도 그렇게 SNS로 성의 없는 초대장을 보낼 수 있었을까요!? 돈줄을 쥐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도 무례한 행동을 했을까요!? 그런 사람들일수록 공무원들에게는 머리를 조아리며 굽실거렸을 것이지요.
시장과 시의원·국회의원은 백성들의 상전이 아니라 일하라고 뽑아놓은 일꾼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마치 조선시대 하인들이 주인 앞에서 굽실대듯 허리를 굽히고 절절매면서 가진 것이 없고 힘없는 사람에게는 큰소리치며 군림하려듭니다.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고 우매한 처신입니다. 그런 노예문화가 바뀌어야 이 나라가 올바로 설 것이며 그와 같은 식민지 시대 문화가 청산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로 발전할 것입니다.

 
해마다 군郡이나 시市에서 각종 행사마다 치루는 기념식에서 벌어지는 광경도 마찬가집니다.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기초의회 의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행사 때마다 단상 중앙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목불인견입니다. 그 자리는 마땅히 행사에 관계되어진 분들이 앉아야 할 자리인 것이지요. 그런데 마치 저들이 주인공인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예의와 염치를 모르는 무지하기 이를 데 없는 처사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에 있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대한민국의 권력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게 있다는 문구는 아무리 눈 씻고 보아도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지도 못하고 시시때때로 나서려고 드는지요?
우리 동네 국회의원·시의원·시장… 뽑아달라고 할 때는 유권자들에게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교언영색이더니 당선이 되고나면 얼굴 한 번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많은 현자賢者들이 이야길 하기를 사람이 평생을 다 바쳐 배우고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하는 것이 겸손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해 겸손한 사람이 오히려 무시당하고 멸시 당한다지만 그래도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 어느 때라도 겸손을 잃지 않습니다.
겸손 합시다. 그리고 약속과 예의를 지킵시다. 그래서 힘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도 존중되어 모두가 다 평등한 세상이 하루바삐 오기를 학수고대해 봅니다.

이동진은 홍익대 미대 卒, 한광고등학교 교사, MBC창작동요제 대상곡 ‘노을’의 작사가다.
※ 블로그 http://blog.naver.com/jaa_yoo(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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