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리터, 지역 전통예술단체와 ‘불통’ 설립 취지 어긋난 ‘먹통’

지역 전통예술 단체와 커뮤니티 부족, 상주단체 운영 시급
국악 활성화 명분 ‘한국소리터 전통연희단’ 창단계획 ‘뜬금’
문예회관처럼 시설·프로그램 운영, 설립 취지 맞게 운영해야

▲ 평택호반에 자리잡은 한국소리터 전경
▲ 한국소리터와 평택농악마을
‘한국문화기획학교’가 10월 18일 열린 재위탁 적격심사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재심의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11월 4일 다시 열린 재위탁 적격심사도 ‘1년간 한시적 재위탁’ 이라는 조건부를 달아 가까스로 통과하고 2014년에도 ‘한국소리터’ 운영을 맡게 됐다. <평택시사신문>은 이번 재위탁 심사를 계기로 ‘한국소리터’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무엇이 요구되며 어떤 방식의 운영이 필요한지 그 해답에 접근하는 방법의 하나로 ‘한국소리터’가 처음 기획된 과정부터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운영상황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소리터 씨앗, ‘평택농악발전연구회’
목표점, 평택농악의 전승·보존·계승
평택지원특별법에 의해 예산 확보

‘한국소리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농악마을’ 조성이 처음 언급된 것은 2004년 당시 평택문화원장을 비롯해 9명으로 구성된 평택농악발전연구회가 ‘웃다리 평택농악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민·관·정·학은 물론 지역 문화계 인사 등 다양한 인사가 연구위원으로 구성돼 평택지역 최초의 거버넌스 연구조직으로 탄생한 ‘평택농악발전연구회’는 당시 지원과 육성 방안이 열악했던 웃다리 평택농악의 전승보존과 발전적 계승을 위해 2004년 11월부터 연구를 시작해 2005년 3월말까지 연구한 결과를 2005년 4월 초 최종보고서로 작성해 평택시에 정책 자료로 제출하게 된다.
보고서에는 공간적 범위로 ▲농악마을 및 전수회관·상설공연장 조성부지 검토 ▲평택농악축제 개최 장소 검토가 언급됐으며 내용적 범위로는 ▲평택농악의 정체성 확립 ▲평택농악 활성화를 위한 지원조례 제정·농악마을 조성·후계자 육성 등 인프라 구축 ▲농악 관련 축제 개발 및 효율적 홍보 ▲평택농악 중장기 육성계획 수립을 언급했다.
평택농악발전연구회는 이를 통해 특화되고 경쟁력 있는 지역 문화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해 문화도시 평택의 위상을 정립하고 대표적 문화 브랜드로 도시 이미지 확산을 꾀하고자 했다.
평택시는 평택농악발전연구회 보고서를 기초로 해 농악마을 조성사업을 기획하기 시작했으며 ‘평택지원특별법’에 의해 확보된 18조 8016억 원에 의한 연차별 계획 사업 첫 해인 2006년 1차 추경에 농악마을 조성사업비로 8억 1400만원을 계상해 첫걸음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계속되는 설계변경과 국비확보 문제 등으로 준공이 계속 미뤄지고 명칭도 ‘농악마을’에서 ‘한국소리터’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11년 11월 11일 개관식을 마치고 부지 2만 7183㎡에 연면적 7274㎡ 규모로 평택호 명물의 위용을 드러냈다.
평택농악발전연구회가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각종 콘텐츠들은 한국소리터 건립의 기본 방향을 이끌었으며 평택시 문화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전국 지자체에서는 최초로 2005년 9월 29일 ‘평택시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조례’를 제정하게 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공연장 상주단체 운영도 무관심
설립목적 말로만 강조, 실제는 달라
지역 전통예술 자원 나 몰라라

한국소리터와 같은 대규모 공연장은 대부분 그 특성에 맞는 상주단체를 두고 있다. 서울문화재단·경기문화재단 등과 같은 광역지자체 문화재단이 공연장 상주단체육성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을 만큼 공연장과 상주단체의 연관성은 매우 중요한 문화적 연계 요소다.
한국소리터 위탁운영사인 ‘한국문화기획학교’ 관계자는 “소리터의 주된 설립 목적은 평택의 전통소리 육성과 보급 그리고 그와 관련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는 초기 사업계획서나 재위탁 심사 보고서에도 핵심 목표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소리터에 등록돼 있는 상주단체는 극단 ‘촌벽’이 유일하며 정작 소리터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전통예술단체의 상주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평택농악의 경우 우리나라를 대표해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이 완료된 자랑스러운 평택의 문화유산이다. 그러므로 ‘한국문화기획학교’가 소리터의 핵심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평택농악보존회’ 같은 전통예술단체의 상주단체 등록이 우선 추진되어야 했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평택농악’은 물론 도지정 ‘평택민요’나 ‘지영희국악관현악단’과 같은 무한한 자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상주단체 지정은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움직임이 없었고 이번 재심의 보고서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몸에 맞지 않는 하드웨어, 효율 낮아
녹음실 대관 수익, 감가상각 이하 수준
엉뚱한 옥상 관람시설, 시의회도 책임

한국소리터에는 올 3월 2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녹음 스튜디오를 완성한 바 있다. ‘한국문화기획학교’는 2013년 상반기에 모두 6장의 앨범을 제작했으며 하반기에도 6장의 앨범을 제작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2014년과 2015년도엔 각각 1000만 원의 스튜디오 대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과연 2억 5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한 시설에서 감가상각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연 1000만 원 정도의 대관수익을 올리는 것을 실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비슷한 크기의 전수시설 이용료가 4시간 기준 최저 3만 원이며 숙박시설의 경우 1박에 5만원인 것에 비교해 지나치게  수익률이 낮다.
고가의 장비가 투입된 곳과 텅 빈 객실의 기회비용을 굳이 따지지 않고 무형적인 홍보 효과와 가치를 감안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이에 대한 적극적 활용 대책 수립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택시가 옥상 정원에 관망대라는 명목으로 시설을 설치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형성됐으나 결국 강행했다. 평택시의회는 집행부가 관련 예산을 최초 상정했을 당시 “활용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전액 삭감했으나 이후 추경에서는 과거의 주장은 모두 잊어버린 것인지 별다른 반대 없이 통과시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주변이 모두 공원이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평택호에서 굳이 옥상에 시설물을 설치해 관람을 유도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스럽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 효율을 높이려면 장기적으로 야간 개장을 해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노력 태부족
뜬금없는 독자 단체 설립 추진, 불통심화
활성화에만 골몰 퓨전 강조, 전통은 무시

‘한국문화기획학교’의 한국소리터 위탁 운영에 있어 가장 미흡한 부분으로 꼽히는 것은 지역사회 전통예술단체와의 커뮤니티 부족이다.
위탁 초기부터 이에 대한 지적은 지역사회 곳곳에서 제기된 바 있으며 1차 재위탁 심사에서 재심의 결정이 내려진 데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점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작용했다.
그러나 2차 재심의에 보고에서 ‘한국문화기획학교’는 지역 단체와의 소통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듯 전혀 다른 방향제시를 하고 있어 지역 문화예술계를 아연케 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소통에 대한 해결책 제시는 없이 독자적으로 국악 활성화를 명분으로 ‘한국소리터 전통연희단’ 창설 계획을 밝혔다. 연계단체로는 퓨전국악 ▲고래야 ▲아름드리 ▲시크릿 오브 아시아 ▲니나노 난다 ▲최소리 등 지역과의 연관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단체를 열거했다.
이는 국악이라는 콘텐츠에서 지역과 전통을 배제하고 오로지 일시적인 활성화에만 매달린 결과로 풀이되며 스스로 지역과의 커뮤니티 의사가 없음을 시인한 것과 다르지 않아 추후 지역사회 전통예술단체와의 간극이 더 벌어질 요인으로 작용할 요소가 크다.

교육 통한 전통예술 계승 노력도 없어
경기도에서 경기 전통예술 학습 어려워
국악교육을 통한 선순환 구조 마련돼야

한국소리터의 당초 운영 목표 가운데 하나인 ‘교육을 통한 전통예술 계승’도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각 급 학교 교사들은 시간을 할애해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직무연수와 보수교육을 이수해 다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는 국악교육과 관련된 직무연수 시설이 부족해 멀리 전라도와 경상도까지 내려가 며칠씩 합숙을 하며 교육을 이수한 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경기지역 학생들이 경기도의 국악을 배우지 못하고 경기도와 전혀 관련이 없는 남도국악이나 우도국악을 배우는 기현상이 생기게 된다. 또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이 되면 경인교대와 한국외대를 비롯한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평택농악을 배우기 위해 팽성읍 평궁리 평택농악보존회에 합숙교육을 들어오지만 시설부족으로 수용하지 못해 돌려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한국소리터에 합숙시설과 연습실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도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은 지역적으로 봤을 때 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문화기획학교’가 한국소리터를 맡은 이후 합숙시설 운영 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식당으로 운영해야 할 공간을 카페로 변경한 것은 이러한 합숙시설 운영의지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고 한국소리터가 전통예술 보존 및 계승의 요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커리큘럼 개발과 함께 학점은행제도 운영 등 대안 마련에 좀 더 노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리터를 기획·운영하는 인적 구성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소리터는 평택농악을 비롯한 평택의 전통예술 자원을 보존·계승하고 이를 평택만의 고유 브랜드로 승화시켜 세계 속에 내놓아도 손색없도록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문화예술회관과 같은 시설 및 프로그램 운영으로 더 이상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 한국소리터 개관식(2011년 11월 11일)
▲ 평택농악마을 평택농악 쌍오무동 공연
▲ 평택농악마을 평택민요 농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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