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양수레바퀴로 인정하고 같이 나아가야

제4회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자인 인명진 목사는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과 YH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르고 1987년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으로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부패방지와 투명성 제고에 노력했으며 남북 교류와 화해협력증진, 진보와 보수 간의 대화에 힘써왔다. 현재 갈릴리교회 담임목사·대북민간단체협의회 회장·G밸리녹색산업도시 추진위원장·한국교회연합 인권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수상소감을 얘기해 달라
학교 다닐 때 이후로 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 감회가 깊다. 나는 28세에 긴급조치 위반으로 감옥에 갔는데 그때부터 시작해서 생존한 사람 중 네 번이나 감옥엘 갔다. 민세 선생도 양쪽에서 환영을 못 받았던 사람으로 감옥을 아홉 번이나 가신 분이라고 들었다. 아내는 이 상이 혹시 감옥엘 많이 간 사람에게 준 상이 아니냐고 농담을 한다. 추천이 된 지도 몰랐고 꿈에도 생각 못했다.

■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것이 이번 수상의 큰 계기가 됐다. 민주화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뤄 세계를 깜짝 놀라게한 나라다. 세계가 우리나라를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두 가지를 다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두 축이 결과적으로 모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쪽에서 한쪽을 너무 부정하면 안 된다. 산업화도 시기적으로 그때 하지 않았으면 안 됐고 민주주의 때문에 많은 분들이 희생했지만 그때 민주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됐다. 박정희 대통령도 옳았고 민주주의를 했던 우리도 옳았다. 지금 이 시대는 양 세력이 서로를 인정·화해하고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발전이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발전은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발전을 멈출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도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후퇴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경제발전도 무너진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는 양 수레바퀴로 인정하면서 같이 나가야 한다.

■ 대북민간단체협의회 회장으로 계시는데 대북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우리나라는 남북문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나라가 슬기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일본과 중국이 열강의 각축을 벌였던 100년 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잘못하면 영구분단으로 갈 수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이런 남북 간 얽혀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 번째 교류가 인도적 교류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이 왜 북에 이것저것 퍼 주냐고 하는데 그건 퍼주는 게 아니라 우리를 돕고 우리 자식들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어린이들은 영양공급이 안돼서 약골로 자라고 태어나서 기본적인 예방접종 서비스도 받지 못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같이 살아야 하는데 건강한 국민과 같이 살아야지 약골들과 같이 살게 되면 그때 의료보험 문제 등 우리 자식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무겁다. 우리가 자식을 사랑하고 걱정한다면 통일 후에 짊어질 짐을 덜어줘야 한다. 한 보건학 교수가 얘기하는데 탈북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먹을 게 풍부해지니까 갑자기 많이 먹어 성인병에 걸리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고 한다. 성인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비도 만만치 않다. 인도적 지원은 가장 적은 통일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다. 군사는 군사논리로, 안보는 안보논리로, 경제는 경제논리로, 인도적인 문제는 인도적인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인도적 논리를 안보논리로 해결하면 안 된다. 북한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는데 우리는 배부르게 먹으면서 통일얘기하고 같은 민족이라 얘기하면 같이 살더라도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공감할 수 있겠는가.

■ G밸리 녹색산업도시 이사장으로 계시는데
구로공단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시작이고 민주주의의 시작인 곳으로 노동자들에게는 상징적인 곳이다. 지금도 이곳은 1만 5000여 개 중소기업들이 있고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아직도 여러 이해갈등 관계가 많다. 그래서 여기 일하는 사람들이 다들 모여서 모든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이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추진위원회를 만든 것이 G밸리 발전위원회다. 그때 대표를 선출하는데도 이해관계가 얽혀 어려움을 겪자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내가 선출됐다. 서울시·구청·근로자·기업들이 모인 시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다. 교통문제·노동자 생활체험관을 만드는 등 그동안 해결한 것이 많다. 노동자 생활체험관은 갈수록 쪽방이 없어져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집을 한 채 사서 옛 쪽방 촌을 재현해 놨다.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부모가 어떻게 살았는지 경제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 과정을 보여주고 체험해보기 위해 만들었다. 학생들이 견학을 많이 와서 자고가기도 한다. 구로공단에서 또 하나의 화합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노동자의 입장만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도 이해하는 것이다. 불가피한 역사의 순간이 얽혀서 오늘의 민주주의를 이룬 것인데 그때를 생각하면 대립이고 갈등이지만 운명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역사이기도 하다. 아픈 역사라 해도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민세 안재홍 선생이 주장했던 것이 다사리, 공생인데 이분이 철저히 믿은 것은 백성이다. 그래서 했던 것이 역사교육이다. 백성이 변해야 나라가 변한다는 것이 민세사상이다. G밸리 녹색산업도시 추진도 이념의 화해·노동자와 계급의 화해·백성을 중심으로 하는 거버넌스다. 지역이 살아야 전체가 사는 것이다.

■ 11월 17일 공식출범한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 동행’의 발기인이라고 들었는데
국민동행은 조직이 세 당의 정치권과 국민들을 다 포함해서 민주주의 전진, 평화통일을 이루자는 기치 하에 만들어 졌다. 세세한 프로그램은 여·야가 대선 때 했던 공약 점검 및 촉구, 여야 공히 기초자치단체에 대해 정당공천을 안하기로 한 공약 지키기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우리 사회가 현재 헌법으로는 커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화 됐기 때문에 헌법도 시대에 맞게 바꿔야겠다는 뜻으로 헌법개정운동을 다음 달 초부터 벌이고 지방선거에 맞춰 추진할 예정이다. 국민동행이 나름대로의 자체 안은 없지만 헌법은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교회세습을 반대하셨다는데
그건 신앙인의 기본이다. 예수 믿는다는 뜻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것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죄다.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죄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리│임 봄 기자

◆ 민세상은?
경기도 평택출신으로 일제강점 하에서 민족운동가·언론인·사학자로 활동하며 민족의식 고취에 힘쓰고 해방 후 통일국가 수립에 노력한 민세 안재홍 선생의 사회통합과 한국학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1회 수상자는 송월주 지구촌 공생회 이사장(사회통합)·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 ▲2회 수상자는 김지하 시인(사회통합)·조동일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3회 수상자는 정성헌 한국DMZ 평화생명동산 이사장(사회통합)·한영우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학술연구)가 선정됐다. 제4회 민세상 시상식은 11월 29일 오후 6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