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오랜만에 가까운 지인을 만나니 그 동안  타고 다니던 SUV 차를 팔고 중고 외제차를 사서 타고 다닌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합니다. 1990년대만 해도 외제승용차를 타고 다니던 사람들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흉악범들에게 납치되어 비명횡사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특히 힘없는 여성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아예 자동차 두 대를 마련해서 평상시에는 국산차를 타고 어디 행세를 하러 갈 일이 있을 때는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묘안을 생각해내기도 했습니다.
외제차=부자=증오의 대상
이 땅에서 부자는 욕을 먹고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입니다. 많은 부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줄 돈은 안 주고 제 배만 불리는 도둑질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외국이라고 해서 부자들의 도둑질이나 변칙적 탈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바사바’로 돈을 버는 일이 우리처럼 흔치가 않습니다.
이 개명한 세상, 대명천지에 세계에서 노조가 없는 유일한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연유로 쌍용차 노동자들이 피를 토하며 스스로의 권익을 지키려 애쓰는 현실이 바로 우리 평택에서 일어나고 있음은 슬픈 일이고 아직도 치유되지 않는 이 나라의 고질병입니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더니 故 김성곤 회장이 물려준 쌍용자동차.
못산 자식들이 지켜내지도 못하고 다 망가뜨리고만 것이지요. 그런데 모든 경제논리가 그러하듯 우리가 만든 물건을 외국에 내다가 팔아먹으려면 우리도 외국 것을 사주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니 외국제품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이 시점에 우리 국민들에게 ‘국산품 애용’이라는 전근대적인 60년대식 ‘싸구려 애국심’으로는 특히 유행에 민감한 국민정서를 이겨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이 땅에 가을이 왔습니다. ‘위대한 여름’이 만들어낸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들판.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낫을 들고 벼를 베는 ‘원시인’은 볼 수가 없습니다. 논이 한 마지기가 되었든 열 마지기가 되었든 모두 ‘콤바인’ 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추수를 합니다. ‘콤바인’이 논바닥까지 핥듯이 벼이삭을 훑어내기에 태풍이 불어 쓰러진 벼도 돈 들이고 노동력을 들여 애써 일으켜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사래 긴 밭에서는 고구마도 손으로 일일이 캐는 것이 아니라 ‘포클레인’으로 걷어 올립니다.
추수 때가 되면 논두렁에서 먹던 새참은 흑백사진 속에나 들어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벼를 베는 날이면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몰려나가 들밥을 먹어도 아무도 눈총을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온 가족이 하루 세끼를 때우기도 했습니다.
한사발만 먹어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걸쭉한 밀주막걸리도 사라졌습니다. 지게로 볏단을 나르던 풍경은 이미 오래전 고전이 되었습니다. 기계를 다루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기에 힘겨운 벼 베기에 땀을 식혀주던 들노래, 농요는 부를 새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다 잊혀지고 모든 것이 다 사라진 들녘에는 오직 부르릉 부르릉… ‘콤바인’ 엔진소리만 메아리 되어 울립니다. 오천년 전통문화가 다 곤두박질치고 만 것이지요.
사라진 것은 전통문화뿐만이 아닙니다. 선거철만 되면 온갖 인간들이 다 제일 먼저 재래시장으로 찾아가서 자신이 당선만 되면 당장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살려놓겠다고 호언장담을 해대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재래시장은 손님의 발길이 줄어들어 상인들의 고통은 날로 커지기만 합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재래시장 경기에 가장 먼저 피해를 주는 것은 곳곳에 널려있는 대형마트가 그 주범입니다. 지금 평택에서는 또 다른 대형마트가 들어서려는 것에 대해 영세 상인들이 힘을 합해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같은 물건을 한꺼번에 수백 수천 개씩 사들이니 가격이 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재래시장 소매상들이 가격으로 대형마트에 덤비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 오늘 우리는 우리 재래시장의 상황과 현실을 냉정하게 다시 생각하고 따져봐야 할 일이라 여깁니다. 그러면서 개선해야 할 일들은 한시바삐 고쳐져야 재래시장이 대형마트와 경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재래시장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물론 소비자가 생각하는 문제점과 판매자가 생각하는 문제점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먼저 ‘소비자는 왕’ 이라는 생각을 판매자가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왜 소비자가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가? 하는 문제점을 소비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재래시장에 파는 물건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통기한이 적혀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양量 보다는 질質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양이 적더라도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시일이 오래되지 않은 싱싱한 식품,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식품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에 관한 한 믿을 수 있는 협동조합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식품이나 저농약 식품을 찾습니다. 힘없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 진출로 받는 고통을 해결하는 일,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자본주의 자유경쟁시대에 약자가 살아가는 방법을 이 시점에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지요.

 

이동진은 홍익대 미대 卒, 한광고등학교 교사, MBC창작동요제 대상곡 ‘노을’의 작사가다.
※ 블로그  http://blog.naver.com/jaa_yoo(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