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백초등학교에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으로서 나는 죽백의 변화 된 모습들을 보아왔다.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 우리학교는 전교생 60명·6학급 규모의 시골학교였다. 학교는 존폐위기에 처해있었고 신입생이 없어서 선생님들은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러다 2009년, 2010년 ‘돌아오는 농촌학교사업’을 통해 학교는 조금씩 동력을 얻기 시작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2011년에는 교사들의 열망과 꿈을 담아 혁신학교를 시작하게 됐다. 그 후로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학교는 살아나기 시작했고 전교생 170명을 훌쩍 넘는 모습을 만들어내게 됐다.
사시사철 아름답게 옷을 갈아입는 주변을 바라보며 학교에 출근하게 되면 그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장 먼저 나를 반긴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뛰어 놀며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 아이들의 아침 놀이에는 아이를 데리고 온 학부모님들도 자연스레 함께 놀이를 하고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뛰어놀며 시끌벅적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해맞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레 친구들을 사귀고 있으며 어울려 노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존감을 키워가고 채워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느새 학교는 빨리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뛰어놀고 싶은 곳이 됐다.
아이들이 오고 싶어 하는 행복한 배움터, 우리학교에는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을까’라고 자문해 본다. 죽백의 아이들에게는 삶이 살아 숨 쉬는 체험을 통한 배움이 있고, 공동의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다모임이 있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여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몰입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있다.
죽백의 교사에게는 아이들을 향한 따뜻함과 자상함이, 학교의 대소사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집단지성이, 혁신학교의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능동적인 자발성이 있다. 죽백의 학부모에게는 자신의 자녀들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 학교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려는 협육(協育)의 마음이, 학교의 일에 함께 하려는 교육공동체적인 모습이 있다.
그렇다면 죽백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관리자들의 권위주의적인 모습과 보여주기 행사 위주의 전시행정이 없으며 지식을 외워서 답을 찾는 시험공부가 없다.
죽백에서는 학교의 모든 문제를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도움을 주며 살아간다. 업무도 업무담당자 혼자만의 고민이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 여기지 않고, 수업도 교사 혼자만의 교수 스킬에 의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함께 의논하고 함께 보여주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가운데 매일 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속에서 관점과 철학과 미래에 대한 비전의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 역시 그런 교사들의 삶을 닮아 매일 매일 성장하는 배움을 몸소 겪으며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죽백에는 ‘두려움’이 없고 ‘용기’가 있다. 그 동안 학교 안에서 시도해 보지 못한 수많은 일들을 하면서도 이를 주저하거나 꺼리지 않는다. 그것이 아이들을 위하고 학교를 위하고 교육적이라면 말이다. 그 두려움 없이 용기 내어 가는 자리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 갈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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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주 교사
죽백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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