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시티, “내 땅 출자해서라도 진행해야 모두가 산다”

이자가 이자를 낳는 악순환, 경매 위기 상시 노출
“사업 추진해 빨리 보상 받는 것이 유일한 살 길”

▲ 황폐화된 자신의 땅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이은숙 씨
▲ 이제는 남의 땅 남의 건물이 돼버린 현장을 바라보는 장정영 씨
2007년 6월 경기도와 평택시·성균관대학교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표면화된 브레인시티개발사업이 사업기간 만료로 해제 위기를 겪던 지난해 12월말, 모두가 해제를 당연시했던 브레인시티개발사업에 지주들이 현물 출자를 통해 20%를 지원하는 방향이 도출되면서 사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애초에 민·관 사업으로 진행되던 것이 민·민 형식으로 사업주체가 바뀌게 되는 것은 물론 평택시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막상 주체가 되어야 할 평택시가 빠져버리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혹자는 해제되면 토지거래가 자유로워져 현재의 어려움이 곧바로 해소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제가 되더라도 시행사와의 민사 소송 등 행정적인 마찰이 예견돼 실질적으로 재산권 행사를 하기에는 예측할 수 없는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사업해제라는 벼랑 끝에 선 지난 1월 1일. 주민대표단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현물을 출자하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한 지주 2000여 명의 뜻을 모아 가까스로 ‘해제 고시 일시 보류’라는 결론을 얻어냈다. 또 1월 4일 열린 ‘지주 현물투자에 대한 주민설명회’에 주최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지주들이 참여 열기를 보여줌으로서 브레인시티개발사업은 새로운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무엇이 지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토지를 현물로 투자하면서까지 브레인시티개발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게 한 것인가? 대학 유치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거기에 더해 자신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길은 해지가 아니라 사업 진행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는 인식에 많은 지주들이 뜻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 도대체 사업 발표 이후 지금까지 누적돼온 피해가 얼마나 큰 것일까?
브레인시티통합지주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1500여명의 토지주 중 1만평 이상 대지주는 손가락에 꼽을 수준이며, 80% 이상의 토지주들은 2000평 이하의 영세지주로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4년 1월 2일 현재, 은행 빚을 갚지 못해 담보로 잡힌 토지가 경매에 넘어가 타인의 손에 들어간 토지주들만 해도 5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경매를 진행 중이거나 경매로 자신의 땅을 넘겨야 할 위기에 처한 토지주들을 더한다면 10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편집자 주 -

■ 도일동 이한우(남, 50) 씨
3억 대출이 5억 넘어, 깡통 토지주 될 판
해지는 불가, 사업 성공만이 유일한 살 길
엎친데 덮친 격, 다리수술로 생계도 막막

전기업에 종사하는 이한우(남, 50) 씨는 브레인시티 사업만료일이 다가오면서 밤잠을 설치기 일쑤고 어쩌다 선잠이 드는 날에는 땅을 빼앗기는 악몽에 시달리곤 한다. 도일동 소재 대지 910평은 특별히 노후 준비가 없는 이 씨에게 은퇴 후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었기 때문이다.
“전기공사나 가전제품 A/S를 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요. 개발계획이 고시되고 금방 보상이 나올 것이라고 해서 땅을 담보로 3억 원을 대출받아 급한 용도에 사용했습니다. 당시 이율이 높아 월 200만 원 정도의 이자를 지불해야 했는데 벌이도 괜찮았고 짧은 기간이니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장물 조사까지 진행되며 순탄하게 보상이 이뤄질 듯 보이던 브레인시티개발사업은 그로부터 6년여가 지나는 동안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자를 갚기 위해 대출을 추가로 받아 5억 원이 됐습니다.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 벌이도 신통치 않은 관계로 이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제가 된다면 땅값이 폭락할 것은 뻔 한 일이죠. 그러면 한마디로 깡통 토지주가 되는 거죠”
이 씨는 최근 사고로 다리를 다쳐 병원에서 큰 수술을 했다. 아직도 수술 자국이 아물지 않은 상태지만 요즘은 매일 농지대책위원회 사무실에 출근하다시피 오가며 새로운 소식에 대한 기대를 품곤 한다.
“종합토지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의료보험료는 두말할 것 없고요. 사실상 6년 동안 재산권 행사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종합토지세는 꾸준히 내야만 하는 것은 참 모순이 아닌가요?”
또한 이 씨는 “이제는 브레인시티개발사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그동안 금융비용을 생각하면 손에 들어오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오죽하면 땅으로 출자해서라도 이 사업을 끌고나가려 하겠습니까. 그나마 그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도일동 이은숙(여, 66) 씨
이자가 이자를 낳는 악순환, 8억이 18억으로
자녀들의 신용까지 빌려 막아가는 상황
평택시, 주민 뜻 안다면 최소한 성의 보여야

도일동에 논 1620평을 갖고 있는 이은숙(여, 66) 씨는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자칫 자녀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게 될까 우려해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모를 정도로 고통 속에 보낸다.
“개발계획이 공시되고 금방 보상이 이뤄질 듯해서 천직이 농사이다 보니 땅이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수용된 토지를 담보로 6억 원, 다른 토지를 담보로 2억 원 등 모두 8억 원을  대출받아 다른 곳에 농지를 샀죠. 다른 사람들이 나서기 전에 먼저 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농사 외에는 뾰족한 수입원이 없어 월 500만 원이 넘는 이자가 부담이 되긴 했지만 곧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 이 씨는 이자까지 함께 대출을 받아 비용을 해결해 나갔다.
“1년 2년 지나도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미칠 것만 같더군요. 이자는 그 사이 새끼에 새끼를 쳐 이제는 모든 빚을 합하면 16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져 버렸어요”
이 씨가 한달에 700만 원이 넘는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자 이 씨의 출가한 자녀들은 자신의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이자를 부담하거나 한 푼 한 푼 아껴 만든 목돈을 선뜻 내놓으며 어머니와 어려움을 나눴다.
“아이들 볼 면목이 없어요. 한 아이는 저에게 손해를 보더라도 그깟 땅 다 팔아버리라고 말하지만 막상 팔려고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데 뾰족한 해법이 없더군요. 얼마 전엔 최고장이 날아오고 경매 절차를 밟는다고 해서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연체를 해결해 겨우 경매까지 가게 되는 상황을 모면한 적이 있습니다”
이 씨의 토지는 최근 다시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였던 자녀들도 이제는 거꾸로 자칫 자신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지 모를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나 하나만이라면 모르겠는데 가족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게 되는 상황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도 신경을 쓰다 보니 신경성 동맥류가 와서 머리 수술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도대체 평택시장은 주민들의 이러한 고통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어요. 오죽하면 지주들이 나서겠습니까. 이번에 주민들이 현물출자 의견을 모은다면 평택시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 10% 정도는 투자를 해주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 도일동 장정영(남, 67) 씨
수산업계 큰손, 전원주택에 발목 잡혀
경매에 비틀, 평생 모아온 전 재산 허공에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 생기지 말아야

도일동 248-10번지, 언덕을 깎아 만든 3000여 평의 너른 대지엔 미처 완성하지 못한 전원주택 10채가 흉물스럽게 방치된 채 한 겨울 추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은  땅 주인이었던 장정영(남, 67) 씨가 지난 2004년, 평택시로부터 전원주택단지 건축 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곳으로 브레인시티개발사업 구역에 토지가 들어가게 됨에 따라 공사가 중단된 곳이다.
“이제는 제 땅이 아닙니다. 다 경매에 넘어가 버렸어요. 평생을 바쳐온 모든 재산과 미래와 노후에 대한 희망도 함께 날아갔죠. 이제는 빈털터리 노인네일 뿐입니다”
장 씨는 스스로를 대한민국에서 손가락 안에 들던 수산업자였다고 소개한다. 그런 그가 전원주택업에 눈길을 돌린 것은 50을 넘어 노후를 생각하면서 부터였다.
“평생을 수산업에 종사하다보니 이제는 좀 편안하고 안정적인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땅을 매입하고 허가를 득해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아는 지인들이 너도나도 분양을 받겠다고 해서 일부는 선분양이 됐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의 사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브레인시티개발사업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면서부터였다.
“평택시에 가서 확인해보고 혹시나 개발지구가 지정되면 내 땅은 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보상이 문제가 아니었고 마침 지역도 지구지정 맨 끝부분이라 얼마든지 협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그의 요구와는 달리 당시 평택시 관계자는 일방적인 지구지정과 함께 추후 공사한 부분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덧붙이며 장 씨에게 곧 보상이 시작되니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다.
“할 수 없었죠. 그래도 좀 기다리면 지장물 보상까지 받을 수 있으니 손해 볼 일이 없겠다 싶어 계약자들에게 받은 계약금까지 환불해 주면서 보상을 기다렸죠. 공사에 들어간 공사비도 보상받으면 지급할 것을 약속했고 은행 이자도 몇 달만 감내하면 될 터이니까요“
당시 땅값과 건축비 등 50여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전원주택 단지에 투자했던 장 씨는 그 날 이후 하루하루 갚아나가야 할 이자를 마련하는데 온힘을 쏟았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나는 빚은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다.
“이 곳 말고도 제가 공장을 운영하던 곳이 있었습니다. 대지만도 2500평에 이르는 제법 큰 곳이었죠. 그런데 이자에 이자를 감당하려다보니 빚이 100억 원이 넘어가게 되더군요. 결국 그 공장까지 팔아가면서 계속 힘겹게 버텨왔는데 끝내 2013년 11월 경매에 넘어가버렸습니다. 그것도 15억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요. 이제는 제 땅이 아니게 된 것이죠”
장 씨는 이제 브레인시티 지주가 아니다. 해제가 되든 보상이 이뤄지든 그에게는 별 관련이 없는 남의 일이 돼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 그는 아직도 주민들과의 모임에는 빠지지 않는 열성 주민이 돼 브레인시티개발사업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목적이 있어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브레인시티개발사업이 뭡니까. 평택을 교육도시로 만들자는 것 아닌가요?”

▲ 경매절차가 완료돼 땅이 넘어간 토지주 50명의 경매서류
▲ 땅을 전부 날리고도 공사대금을 못갚아 유치권이 행사된 장정영 씨의 땅
▲ 트랙터까지 동원해 해제를 막기위해 홍보하고 있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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