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참살이(well-being) 열풍으로 좋은 먹을거리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먹는 문제에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과 비용을 지불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느새 우리 식생활에서 좋은 먹을거리·건강한 먹을거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하면 떠오르는 많은 단어가 있다. 친환경·유기농·저농약 등의 단어가 그 대표적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먹는 식품에 이런 단어가 붙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좀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재의 농업정책·생산기술·가격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우리나라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은 극히 제한적이다. 어떤 이들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이야기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우리 농업과 식량정책의 현주소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 현실적인 건강하고 좋은 먹을거리란 어떤 것이고, 우리들의 안녕한 밥상은 어떤 밥상인가?
한동안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인 적이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신토불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말의 뜻은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음을 이르는 말이다. 신토불이라는 말을 누가 먼저 사용했는지 그 유래와 관련해서 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을 우리들이 먹는다는 것은 가장 환경 친화적이며 건강한 식생활임에는 틀림이 없다. 바로 건강하고 좋은 먹을거리의 기본은 우리 땅에서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우리 농산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현재 곡물을 포함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3년 기준 23.6%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먹는 식량의 대부분인 약 76%를 바다 건너 외국에서 들여온다는 것이다. 옥수수와 밀의 99%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우리가 매일같이 먹는 주식인 쌀 또한 자급률이 86%로 일정 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먹는 세끼의 밥상 중 단 한 끼의 밥상도 우리 농산물로 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밥상을 차리면서 외국농산물을 피할 수 없었다. 어떤 나라에서 어떻게 키웠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농산물을 매일 먹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과 우리들의 밥상이 무엇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수출지상주의자들과 관료들은 말한다. 글로벌 세계화시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자동차와 휴대폰 수출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는 외국 농산물을 더 많이 수입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글로벌이고 세계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체불명의 외국 농산물이 우리들의 밥상을 차지해야 한단 말인가?
한편 세계화시대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의 사정은 어떠한가?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초강대국인 미국은 식량자급률이 125%이며 프랑스는 174%, 독일은 124%, 영국은 101%로 대부분의 선진국의 식량자급률이 100%를 웃돌고 있다. 또한 신흥 경제 강대국인 중국의 경우에도 식량자급률이 현재 87% 수준인데 식량자급률이 9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해서 올해 경제정책 최대의 목표를 식량안보에다 둘 정도로 호들갑이다. 이는 식량자급이라는 반석 위에 선진 국가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반증이며, 세계의 유수한 선진국치고 식량자급, 다시 말해 자국민 밥상의 안녕을 도외시한 나라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도 국민들의 안전한 밥상을 지키기 위해서도 우리 농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농민의 안녕만을 위한 일이 아닌 국민 모두의 안녕을 위한 일이다.
새해부터 한·중 FTA 실무협상과 한국의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가, 그리고 쌀시장 전면개방 문제로 우리 농업이, 우리 국민들의 밥상이 위협받고 있다. 언젠가 비싼 돈을 주고도 식량을 살 수 없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소리 없이 진행 중인 식량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이상규 정책실장
평택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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