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행복권을 주장하는 이 시대의 탈북자 송환문제에
좌·우 뛰어넘어 내 동족을 사랑하는 민족애로 보듬자

인간이 존엄한 존재라는 인식은 곧 문명의 시작이었다. 인간이 파리 목숨처럼 살아서도 안 되고 바람이 불면 납작 엎드리는 풀잎처럼 살아서도 안 된다. 인간이 인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종처럼 사는 것을 야만이라고 규정한 것이 문명이다. 물론 인간이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많은 세월과 시간이 흘러갔다. 오랫동안 노예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특히 성경에서 조차 여자나 아이들은 온전한 인간이 되기에는 부족한 존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계몽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만 나오면 좌(左). 우(右)로 갈라져 홍역을 앓는 것은 참으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보라. 통치자와 체제에 대해 단 한 마디라도 비판을 했다거나, 북한을 탈출했다는 죄목으로 일평생 외부와 차단된 채 짐승처럼 살아가는 삶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21세기 대명천지에 노예보다 못한 저들의 삶에 대해 우리라도 눈물을 닦아주고 그 아픔과 원통함에 대해 위로라도 해주어야 옳지 않은가.
지금은 동물권까지 거론하는 세상이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수많은 소와 돼지들이 죽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가슴 아파하는 것은 소 돼지들이 비록 이성을 갖고 있지 않으나 고통은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에게 다짜고짜로 죽음의 고통을 강요하니 그들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가. 하물며 인간이 불의한 제도 아래서 상상을 초월하는 비굴함과 모욕을 강요받으며 흘리는 눈물을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 북한 인권이라고 해서 무슨 사회권이나 복지권 같은 거창한 권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인간이라면 구제역 걸린 소나 돼지처럼 부조리하게 죽어가는 운명에 맞춰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또 그것을 이방인이 아닌 동족의 인정으로 호소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인권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통일의 진정성이나 평화를 위한 슬기로움보다 지성의 비겁함과 동족애의 빈곤을 의미할 뿐이다. 이처럼 북한의 인권을 외치는 것은 결코 골수 골통 반공주의자가 돼서가 아니라 오직 한 민족인 내 동족을 사랑하는 자연스러운 민족애의 말로다. 우리가 북한 주민들을 동족의 마음으로 껴안아준다면 쌀과 비료를 주는 일 못지않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품위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고통이나 눈물은 도덕적 호소력을 지닌다.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어린아이 곁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수 있겠지만 훌쩍훌쩍 울고 있는 어린아이 곁은 그냥 스쳐 지나갈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훌쩍이는 울음소리에는 우리의 발목을 잡아끄는 도덕적 호소력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 주민들이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는 한 맺힌 절규를 들어보자. 적어도 같은 동족, 민족이라면 저 소리 없는 아우성에 응답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중국대사관 앞 단식농성으로 탈북자 인권문제를 점화시키면서 한국여자의사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가 탈북자 북송 반대에 대한 공동 성명서를 채택한데 이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노동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철도산업노조가 탈북난민 중단 촉구 서한을 중국대사관에 전달하는 등 인권단체들이 연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차인표, 신애라 부부를 비롯한 한류 스타 30여명이 ‘크라이 워드어스’라는 북송 반대콘서트를 개최했다. 뒤늦게 새누리당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탈북자 인권보호와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키로 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좌파 내에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또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인권은 이념을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라고 밝혔다. 탈북자 송환문제는 보수와 진보 같은 개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처형되고, 수용소에 수감되고, 고문당하는 생명과 인권의 문제다. 그만큼 강제 송환되는 탈북자들의 참상은 모든 이념을 뛰어넘는 위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은 탈북자 북송저지를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참석조차도 거부의사를 밝혔다. 야당이 이렇게 외면하는 것은 탈북자 문제 해결에 나섰다간 공천 받는데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 탓이라고 한다.
“의원님, 만약 의원님의 가족이라도 그렇게 무관심 속에서 입 다물고 계실 건가요?” ‘나 꼼수’에 맞장구치고 정부 여당을 마구 씹어 돌려야 지성인인 줄 아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너무 많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를 외치며 단식하다 쓰러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의 헌신과 희생은 그래서 더 애절하고 고독해 보인다. 이제라도 우리 모두 다 같이 ‘Cry With Us’ 을 부르며 촛불을 켜자. 북송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천수만 개의 촛불로 자하문 거리를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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深頌 안호원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YTN-저널 편집위원/의학전문 대기자 역임
사회학박사(H.D), 교수, 목사
평택종합고등학교 14회 졸업
영등포구예술인총연합회 부이사장
한국 심성 교육개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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