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무효!
아직 끝이 아닙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더라고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날 것이지요.
그런데 산 사람은 그렇다 치고
저 세상 사람이 된 영혼들은
어디에 가서 보상받을 것인가요!?

- 눈물이 생각을 적셔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지나간 시간 많은 글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글을 써왔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국내외에서 만들어 진 책·잡지·노랫말… 수많은 글 가운데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글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눈물이 생각을 적셔서 그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글이 아니라 말입니다. 세계적인 대문호라고 하는 윌리엄 섹스피어나 어네스트 헤밍웨이도 이리 아름다운 표현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눈물 나는 감동적 표현을 한 적이 없습니다.
-눈물이 생각을 적셔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누가 한 말일까요?
바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2014년 2월 7일 오후 9시 jtbc뉴스에 나와 손석희 앵커와 마주앉아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무효 소송에서 1차 판결 때의 결과와 달리 고등법원에서 내린  2차 판결에서 승소한 직후 지난 5 년의 세월을 돌이켜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착잡했던 순간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 천하의 명언입니다.
-눈물이 생각을 적셔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세상에 눈물을 한 번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눈물에 관한 글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만큼 눈물은 우리 생활과 가까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눈물이 앞을 가려…" 라는 따위의 말은 유행가 가사에도 나오고 지금 우리나라 어느 당 당대표로 죽을 쑤고 있는 작자가 쓴 3류 신파조 소설에도 나오고 꽤나 '낙양의 지가紙價를 올리며' 글줄이나 써서 밥을 먹는다는 유명 소설가나 시인들의 시집에서도 볼 수 있는 글귀이지만 '눈물이 생각을 적신다!' 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이며 의미심장한 글귀는 이창근 실장 이전에 그 어느 누구도 쓴 적이 없었고 이창근 실장 이후에는 그 어느 누구도 이 말은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불법해고'는 애당초 쌍용자동차 회사와 회계법인이 공모해서 조작해낸 두말 할 나위없는 명백한 사기극이었습니다. 그래서 해고로 인한 고통을 더 이상 감수할 수 없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희망이 없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 어두운 세상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해고노동자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깊고 깊은 마음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평택시민 모든 사람들에게도 고스란히 나누어졌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냉혹했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처럼 해고노동자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을 하직하면서도 '불벌해고'에 대한 올바른 결판이 나지를 않자 사람들은 서서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생각을 잊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해고노동자들은 먹고 사는 것은 둘째 치고 스스로의 정당성과 정의가 바로 선 사회를 만들기 위해 5년 동안 줄기차게 노동자들을 불법 해고한 쌍용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법정투쟁을 계속했고 드디어 '불법해고는 원천적으로 무효다'라는 판결을 받아낸 것입니다.
평택! 오늘 이 시간에도 평택이 운명적으로 겪어야 하는 수탈의 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1905년 개통된 경부선 철도가 경제성을 이유로 안성을 통과하는 노선으로 설계되었지만 기차가 마을 앞을 지나가면 지세地勢가 꺾여 동네가 망하고 말 것이라는 안성 유림儒林의 반대로 경부선은 평택을 지나게 되었지만 이는 평택의 운명에 앞서 애초부터 경부선 철도를 평택으로 통과하게 만들려는 왜놈들의 검은 속셈이 만든 작간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경부선이 평택을 지나가게 되면 너른 평택들에서 나는 온갖 농산물을 손쉽게 수탈해 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도가 개통되고 나자마자 평택역은 왜놈들의 대륙침략을 위한 병참기지가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만일 지금 당장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평택은 그 즉시 미군의 병참기지가 됩니다. 대추리 미군기지 안까지 이어지는 '수서발 평택 KTX'는 바로 그 역할을 위한 시설의 연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평택의 지리적 운명은 결국 쌍용자동차로 이어져 거대자본의 횡포에 의한 노동력 착취와 수탈이 유전자처럼 피내림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치가 떨리는 역사입니다.
농노農奴의 땅 평택 그러니까 평택 수탈의 역사는?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질기디 질긴 운명의 매듭이었습니다. 일 년 내 논바닥에 엎드려 풀 뽑고 세 벌 논매고 벼가 익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웃자란 피를 뽑으며 애지중지 자식을 돌보듯 농사를 지어도 거둔 곡식은 모두 다 지주 몫이었고 소작들은 긴긴 겨울을 넘길 식량도 제대로 받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풀뿌리를 캐서 풀죽을 쑤고 소나무 껍질 송피를 벗겨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보릿고개는 세상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였습니다.? 가을추수가 끝난 뒤 사람들이 들에 나와서 이삭을 줍던 일은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 속에만 있는 정경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1970년대 평택들에서 매해 가을마다 보던 가슴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무효! 아직 끝이 아닙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더라고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날 것이지요. 그런데 산 사람은 그렇다 치고 저 세상 사람이 된 영혼들은 어디에 가서 보상을 받을 것인가요!?
수탈의 땅 평택 슬픈 역사입니다.

 

 

이동진은 홍익대 미대 졸, 한광고등학교 교사, MBC창작동요제 대상곡'노을'의 작사가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jaa_yoo(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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