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우리 강산과
정감 넘치는 고유한 지명을
우리가 잘 보존하지는
못할망정 아예 버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지난 2014년 2월 6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역사적인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된 후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 피터 김 회장은 감회어린 목소리로 지난날을 회고했다.
이 법안을 마련하는 데는 아들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들이 학교에서 우리나라 ‘동해’를 ‘일본해’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동해 병기 법안은 한인 사회와 이에 호응하는 주류 정치인들, 그리고 국민적 성원이 이뤄낸 결실이다. 이 법안의 실마리를 마련하고 전략 구상 등 실무를 주도한 주인공 역시 피터 김 회장이다.
버지니아에서 ‘동해(East Sea)’ 이름을 찾기 위한 한인들의 노력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07년경부터 몇몇 한인들이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라는 주장을 지역구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동포들이 우리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 인터뷰 뉴스를 보고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애국가에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아니던가.
필자의 고향인 평택지역도 마찬가지로 일제에 의해 모든 것이 변했다. 일제는 경기도의 진위군·수원군·양성현 일부 지역과 충청도 평택군을 통폐합하여 ‘진위군’으로 만들었다.
‘진위현’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을이다. 일제는 경부선 철도를 개통하면서 신도시 개발로 진위군 사람들의 독립투쟁과 항일운동의 거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위군’을 버리고 ‘평택군’으로 군의 명칭을 변경했다.
그리고 행정구역 체계를 양성현 일부 지역과 진위군 송장면과 탄현면을 합쳐 ‘송탄면’으로 변경하고, 진위군 고두면과 수원군 종덕면을 고덕면, 진위군 이탄면과 이서면 그리고 일서면을 합한 지명이 서탄면 등으로 합치고 없애면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이 지어준 고유한 지명을 합하고 없애 버린 지 100년이 되었다. 그런데 2014년부터 다시 도로명 주소로 마을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 물론 행정의 편의를 위한다는 데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겠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지명들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과 서러움이 크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면 우리 조상들이 지어 불렀던 마을 이름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아름다운 우리 강산과 정감 넘치는 고유한 지명을 우리가 잘 보존하지는 못할망정 아예 버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이런 마음은 필자 혼자만 느끼는 것일까?
지금 당장 관심을 두고 새로 지어진 마을 이름을 살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독도와 동해처럼 우리 마을 이름도 당연히 지키고 보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투른 글로 제안하지만, 필자의 뜻을 뜻 깊은 분들의 많은 참여로 ‘우리 것’을 제대로 지켰으면 하는 큰 기대를 하며 글을 맺는다.


 
손창완 위원장·시인
송사모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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