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통해 과거의 아픔과
실수를 되돌아 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있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평택에 대한 정체성과 자부심
애향심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그만큼 1백년의 역사는
평택인의 삶과 문화를 창조해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해는 평택 통합 100년이 되는 해이다. 비록 일제강점기이지만 1914년 3월 1일 진위군과 평택군, 그리고 수원군 일부가 진위군으로 통합되었다. 그리고 4월 1일 면 통합이 되면서 오늘날 평택시의 원형을 이루었다. 3월 1일은 이미 지나갔고, 4월 1일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평택 통합의 100년은 평택인에게 잊혀졌다. 지난해 평택에서 가장 논란의 핵심이 되었던 것 중의 하나가 ‘평택 통합 100년’이었다. 찬반의 논란을 거듭하고 통합 100년을 맞이하였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논란이 되자 평택시의회에서도 평택 통합 100년과 관련된 예산을 삭감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평택 통합 100년은 무의미하게 된 것이다.
역사는 부정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잊혀 지지도 않는다. 더욱이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 역사이다.
우리 사회는 ‘세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세탁이라는 말은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세탁이라는 말은 ‘더러운 옷이나 피륙 따위를 물에 빠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세탁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러워진 옷이 있으면 이를 세탁소에 맡겨 새로운 기분으로 옷을 입는다.
그런데 세탁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좋지 못한 일을 지우고 싶을 때이다. 과거의 올바르지 못한 행위나 일 등을 지워버리거나 마치 없었던 것처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세탁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같은 세탁은 한 순간은 지워질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다시 밝혀진다. 또한 조상보다 후손이 잘 되었을 때는 못난 조상을 세탁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래서 못난 조상을 부정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평택 통합 100년이 이루어진 시기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였다. 비록 당시는 우리가 역사의 주체가 되지는 못하였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몫이다.
지난 과거는 과거의 역사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세계적인 역사학자 E. H. 카아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일 뿐만 아니라, 과거의 사건과 미래의 목적의 대화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단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밝히고 뒷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평택 통합 100년을 맞는 2014년. 1백 년 전은 암울하였지만 1백 년이 지난 지금은 1백년 후의 새로운 평택을 설계해야 할 순간이다. 그렇다면 지난 1백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암울했던 시기 일제 식민지가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대한민국이 1910년 8월 29일 나라를 빼앗기는 아픔을 겪었지만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대한민국 국민이 가지고 있는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 평택이 1백년이 되었지만 평택이라는 정체성은 아직도 불확실한 것이 현실이다. 정체성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다. 진위와 평택, 그리고 수원이라는 지리적 분산에서 진위, 그리고 평택이라는 지역적 통합은 이루었지만 진위와 평택으로 이어지는 본질이 과연 무엇일까? 여전히 숙제이다. 이 숙제의 정답이 평택이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서로의 다름에서 하나의 본질을 찾아가는 길. 그것이 바로 평택 통합 1백년에 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 평택이 이루어진 1백년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것이다.  평택 1백년은 1년의 시간만 흐른 것이 아니라 평택인의 삶과 문화가 녹아있다. 이렇게 녹아있는 평택인의 삶과 문화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평택학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평택이라는 지역이 다른 지역과 같다면 굳이 정체성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평택은 평택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성이 있다. 이는 지리적·인문학적·사회학적 복합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되었다.
1백 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1백 년 전의 일을 잊는다면 1백년 후에도 이를 잊어버리려고 할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망국의 현실에게 민족을 일깨우기 위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1백 년 전의 나라를 잃고 통한의 삶을 살아왔던 우리 선배들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깨달음의 시간을 가질 때만이 우리에게 희망도 미래도 있는 것이다. 뒤돌아봄은 1백년 후의 평택을 설계하는 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역사를 통해 과거의 아픔과 실수를 되돌아 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있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평택에 대한 정체성과 자부심 그리고 애향심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그만큼 1백년의 역사는 평택인의 삶과 문화를 창조해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주현 연구교수
청암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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