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의 경우 약물복용이 최선
당뇨는 자가 혈당 측정이 우선

크게 보면 세상에는 두 가지의 질환이 있다. 아픈 병과 죽는 병. 물론 이는 단순화 시켜 두 가지로 나눠 본 것이고 두 가지 성격을 다 같이 가지는 병도 많지만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일견 순하게 보이지만 죽는 병에 관한 것이다. 왜 죽는 병이라고 필자가 좀 강하게 이름을 붙였을까? 성인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아픈 병은 무척 아파서 금방 병원을 찾고 약도 잘 챙겨먹고 치료에 신경을 쓰지만 죽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반면에 죽는 병들은 증세가 없어 병원을 잘 찾지도 않고 약도 잘 먹지고 않고 신경을 쓰지 않게 되지만 대게 늙어 죽는 이들 중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이 이 병들에 의해 사망하게 된다. 이런 죽는 병이 초기부터 통증이나 다른 증세가 있다고 하면 죽는 병이 되지 않을 텐데 슬픈 일이다.
예를 들어 아픈 병으로는 우리가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중 감기도 있고, 충치도 있고 골절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런 것들은 무척 심한 통증과 열 등 신체 불편함을 유발하게 되어 병원에 바로 가게 되지만 그걸로 사망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런 병들은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도 편하다. 진단하고 검사하고 투약하면 되며 거기에 환자들이 다들 잘 따라 주니까 말이다. 환자들은 안 아파지고 나아지는 것이 중요하며 약을 먹고 수술하고 이런 것들은 치료를 위해 당연하다 여긴다.
죽는 병은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그리고 유명한 암들이다. 재미난 것이 이런 무시무시한 병들에게는 증세가 없다. 나중에 합병증이 생기거나 진행이 많이 되어 여러 곳으로 퍼지게 되어야 증세가 나타난다. 그렇지만 증세가 나타나 아 이제 병원 가 봐야지 하면 이미 치료가 늦거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병들의 경우 진료하는 데 무척 힘이 들지만 이런 죽는 병을 죽지 않게 만드는 방법은 잘 알려져 있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암의 경우는 절대로 증세에 의존하지 말고 증세가 없더라도 조기검진을 통해 질환을 일찍 발견하는 것과 금연만이 암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조기 진단이 무조건인데 검사 자체를 권고하고 받게까지 납득을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지만 최근 국민의료 공단의 암검진 사업의 덕택으로 많은 부분 이런 것들은 해소가 되었다. 고혈압의 경우 약물복용이 최선이지만 체중조절과 운동을 고집하시는 분들이 있다. 체중의 경우 뺀다고 다 혈압이 정상화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빼기도 힘들고 또 그 조절한 체중을 평생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운동의 경우는 조절되지 않는 높은 혈압을 가진 채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뇌혈관·심장혈관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 고혈압의 경우 약을 먹는 것이 최선이다.
당뇨의 경우는 가장 우선해야 될 것은 약도 아니고 잡곡 현미밥도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가 혈당 측정이다. 언제나 외래에 오시는 당뇨 환자분들께는 자가 혈당 측정의 생활화와 규칙적 식사를 강조하고 있다.
현미밥을 드시던 흰쌀밥을 드시던 인생의 세 가지 낙이라는 식도락까지는 제한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신 혈당 측정과 규칙적 식사는 강조하고 있다. 자가 혈당치를 매번 재다 보면 아 이러니까 혈당이 올라가네, 아 이러니까 혈당이 좋네 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시고 혈당조절을 스스로 꽤 잘하시게 되는 것을 수차례 본 바 최우선적으로 자가 혈당 측정을 권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당뇨·고혈압·비만·고지혈증의 경우는 절대로 증세가 생기지 않는 병이니 꾸준히 복약·운동·자기관리를 해서 합병증인 심혈관 질환·미세 신경염·콩팥염·중풍 등을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합병증만 없다고 하면 이것들은 정말 말 그대로 성인이 되었으니 걸리는 성인병 정도의 가벼운 질환이 될 수 있다.
뒷골이 당겨서 혈압약 먹을래요… 아니다. 혈압과 관련 없는 두통이다.
뒷골 당기는 것도 없는데 혈압약 꼭 먹어야 하나요… 그렇다. 혈압약은 미래의 풍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 준다.
혈당이 높아도 잘 모르겠는데요… 아주 많이 높지 않은 혈당은 크게 증세를 유발하지 않지만 미세혈관 및 중등도 혈관질환 등 합병증 진행은 가속된다. 꼭 자가 혈당 측정법을 익히셔서 자주 혈당을 체크해서 가져오셔서 외래에서 같이 보고 노력해야 하는 질병이다.
신통치 않은 방법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개발해서 설득을 잘 할 수 있을까. 죽는 병을 주로 다루는 내과를 맡은 한 의사의 고민거리이다.


 
김동현 원장
서울제일병원(송탄)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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