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가 되려면
껍데기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기문화의 독특성·우수성을
새로움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근대 이전 부천은 부평부에 속했던 소사(素沙)라는 자연마을이었다. 1899년 경인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소사역이 설치됐고, 1914년 행정구역개편 때 옛 부평부와 남양군의 여러 지역을 통합하면서 ‘부천’이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복숭아 재배로 유명했고, 한국전쟁 뒤에는 천부교 ‘신앙촌’으로 유명했었다. 1963년에는 서울시에 편입됐다가 1973년 소사읍이 부천시로 승격되면서 서울의 값싼 위성도시로 수도권 공업화의 한 축을 담당하였다.
역사적 정체성이나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부천시가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것은 지방자치 이후다. 뛰어난 행정능력과 문화적 마인드를 갖춘 자치단체장이 선출되고 시민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특색 없는 위성도시가 일류 문화도시로 변모되었다.
현재 부천시는 우수한 행정서비스와 문화콘텐츠로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로 손꼽힌다. ‘부천국제만화축제’와 다양한 만화콘텐츠를 계발하여 전국을 넘어 세계로 명성을 확장하고 있다. ‘2014년 소비자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 지역문화콘텐츠 부분을 수상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향악단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인 ‘부천시립교향악단’, 그리고 복사골예술제와 청소년예술제, 지역무형문화유산을 활용한 ‘장말도당굿축제’ 등을 통하여 도시의 가치를 한껏 뽐내고 있다. 부천시의 사례는 도시가 어떻게 발전해야 가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진정으로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알게 한다.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에서 5개의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며 스마트폰 1대 당 40달러의 로열티를 요구했다고 한다. 물론 특허 소송에서 불거진 애플의 일방적 요구지만 이 같은 주장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속칭 ‘짝퉁’ 산업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외국의 특허기술을 빌리거나 모양만 베껴 생산해왔다는 말이다. 짝퉁문화는 경제규모가 작을 때는 문제가 적었지만 세계 10위권의 수출대국으로 성장한 오늘날에는 삼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례는 미래 경제전쟁은 베끼기가 아닌 독창성과 창의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일류’가 되려면 껍데기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머리와 가슴이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공업적인 전문지식만으로는 만들어 내기 힘들다.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기문화의 독특성과 우수성을 새로운 제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만이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조선후기 진경산수화를 통해서 외부로부터 수용한 문화를 어떻게 독창적으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하였는지 보여주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벌써부터 시내 빌딩 벽면에는 출마 희망자들의 현수막이 걸렸다. 우리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 평택시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 필자는 이번에 선출되는 자치단체장은 돈보다 문화를 알고, 문화를 통해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시민들에게 자긍심과 행복을 가져다 줄줄 아는 정치가이기를 소망한다.
부천시처럼 역사와 정체성도 없는 서울 주변의 작은 위성도시를 일류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능력은 발휘하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시민들이 무엇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지, 어떤 미래가 우리에게 큰 가치와 희망을 줄 것인지를 아는 혜안(慧眼) 있는 인물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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