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깨우는 둥근털제비꽃

▲ 고성산 둥근털제비꽃

노랗게 피어나는 민들레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풀꽃에 제비꽃이 있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초본류 중에서 이만큼 주변에 잘 알려진 것도 없을 터인데, 사실은 우리 모두 생각했던 것보다는 제비꽃을 깊게 알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옛날 각 고을에서는 이 꽃이 필 즈음이면 식량이 떨어진 북쪽 오랭캐들이 쳐들어왔다 하여  오랑캐꽃이라 불렀으며, 서로를 마주보며 기울어진 꽃 모양이 씨름할 때의 자세와 비슷하다 하여 씨름꽃, 땅바닥에 차분하게 앉은 자세로 꽃을 피운다고 하여 앉은뱅이꽃, 꽃 생김이 반지 모양을 닮아 반지꽃이라고도 불렀다.
주변의 많은 이들은 제비꽃 하면 다 같은 종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 자라고 있는 제비꽃은 무려 60여 종이 넘으며, 평택·안성 지역에서만도 10종 이상이 때를 지켜 그들만의 독특한 잎 모양과 꽃 색을 내고 있다. 특히 원예품종으로 개량된 삼색제비꽃은 흰색·노란색·자주색의 3색으로 피어나 도심의 삭막한 도로변을 생기나는 색으로 입히고 있다.
초봄 날씨가 특별나지만 않다면 네발나비·뿔나비 등과 함께 기나긴 겨울잠에 들었던 제비꽃들이 수줍은 고개를 들어 숲속 친구들에게 속삭이는 인사를 하기까지는 성채로 겨울을 난 나비가 날개를 털고 일어난 지 빠르면 보름, 길게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 모두 봄의 전령사라는 중책을 맡고는 있어도 봄 나비들에 비해 제비꽃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지난 3월 15일, 혹시나 하는 바램을 갖고 원곡물류단지가 들어선 고성산을 찾았다. 3월 중순이라고는 해도 갯버들과 키버들 같은 버들강아지 외에는 봄의 전령사를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비꽃 중 작지만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미는 둥근털제비꽃을 보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산개구리·참개구리·수원청개구리·맹꽁이 등의 양서류에도 출현시기가 있는 것처럼 꼼꼼히 살펴보면 평택 주변의 산과 들에서 자라고 있는 제비꽃의 경우도 먼저 피고 나중에 피는 순서가 있다. 산길가 낙엽더미를 살포시 밀어내며 연한 자주색의 꽃을 내는 둥근털제비꽃을 시작으로 제비꽃은 물론이고 솜나물과 할미꽃·양지꽃 등 주변 야생화들 또 한 차례를 지켜 봄꽃 잔치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남산제비꽃과 털제비꽃이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동안, 서둘러 꽃을 내고 있는 둥근털제비꽃이 혹 있을 꽃샘추위를 걱정하며 산지 숲길에 깔리는 봄기운을 맘껏 즐기고 있다.

▲ 둥근털제비꽃을 따라 꽃을 낸 솜나물

▲ 고성산 둥근털제비꽃

▲ 잎이 코스모스를 닮은 남산제비꽃

▲ 털이 많은 털제비꽃


▲ 김만제소장/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 3∼4월은 양서류 산란기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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