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책 읽기사업’이
지난 5년 동안 시민들의
독서문화를 확산시켰다는 점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것은
2000만 원도 못 미치는 예산과
시의 지원 부족 때문으로
여겨져서 아쉬움이 크다”


삼봉 정도전이 꿈꾼 조선은 ‘사대부의 나라’였다. 사대부(士大夫)란 ‘독서인’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유학의 경전을 읽고 깨우쳐 관료가 된 지식인’들이 사대부였다. 조선의 사대부에게 독서(讀書)는 가장 일상적인 생활이었다. 설령 왕이라고 할지라도 철저한 학문 수련과 제왕의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오를 수 없었고, 관료들도 높은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동안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3년 모 기관에서 세계 30개국 13세 이상 남녀 3만 명을 추출하여 인쇄매체 접촉시간을 조사하였더니 한국은 최하위 다시 말해서 30위였다고 한다. 영예의 1위는 인도가 차지하였고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상위권에 포진하였다. 이것을 시간별로 분류했더니 세계 평균은 주 당 6.5시간이었으며, 인도는 10.7시간, 한국은 불과 3.1시간이었다.
작년 정부의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은 연평균 9.2권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계층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독서인구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은 연평균 32.3권을 읽었고, 중장년층은 10권미만·노년층은 대부분 독서와 거리가 멀었다. 독서량은 지역별로도 차이가 나서 수도권은 66%가 1년에 1권 이상 독서한다고 대답한 반면, 비수도권은 58%에 불과하였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은 아동용 동화책이다. 그 뒤가 중·고교생들이 많이 읽는 만화책이나 학습과 관련된 서적이다. 이 같은 통계는 한국인들이 독서시간도 짧고 질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역사적으로 한국인의 독서량을 저해한 요인은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가 근대 이후가 되어서야 한자 중심의 언어생활이 한글로 전환되었다는 점, 둘째는 한글전환 이후 식민지시대를 겪으면서 한글보다 일본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다는 점, 셋째는 일제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근대교육을 받은 인구가 매우 적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해방 당시 문맹률이 77%에 달하였고 이것이 독서량 저하에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해방된 지 70년이 다 된 오늘날 낮은 독서량을 문맹률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변했다. 초등학교 진학률은 거의 100%에 가깝고 대학진학률은 OECD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서유럽의 경우에는 19세기 전후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겪으며 독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렇다면 1970~80년대 이후 민주주의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경제가 부흥한 우리도 독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습득한 지식과 교양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문서해독능력 수준이 OECD국가 중에서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보고가 있다. 국민들의 지식과 교양은 품격 있는 질·높은 사회·창의적인 경제발전과 관련이 깊다. ‘혁신교육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정부시는 근래 공무원들에게 1년에 리포트 3회와 책 10권 읽기를 주문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개혁군주 정조도 ‘초계문신제’라는 문신관료 재교육 시스템을 실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고로 공무원들의 지식과 교양 수준이 향상되어야 우수한 정책이 계발되고 행정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평택시립도서관에서 ‘한 책 읽기’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2014년에도 김한수 작가의 ‘너 지금 어디가’를 선정하여 북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한 책 읽기사업’이 지난 5년 동안 평택시민들의 독서문화를 크게 확산시켰다는 점은 모든 시민들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것은 2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과 평택시의 적극적인 지원 부족 때문으로 여겨져서 아쉬움이 크다. 좀 더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평택시민들의 글 읽는 소리가 담장을 넘어 널리 퍼지기를 고대한다.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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