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불려 꽃구경 간다고
평택경찰서에서 수색원 제출

 
“지난 23일 경기도 진위군 서면 노성리(振威郡 西面 老城里) 백영채(白永埰) 씨 장녀 백경자(白慶子, 14)와 2녀 백경희(白慶姬, 10)와 동리 정시혁(鄭時赫) 씨 장녀 정태순(鄭泰順, 16)과 2녀 정춘영(鄭春英, 10) 등 네 소녀는 꽃구경 간다고 나가서 돌아오지 아니하므로 평택경찰서에서 수색원을 제출하였다 한다.”(『동아일보』 1934년 4월 27일)
봄이면 흥얼거리는 노래 말 중의 하나가 ‘봄처녀’이다.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나물 캐러 간다고, 아장아장 들로 가네. ~~~~” 이 노래 말은 ‘처녀총각’이라는 가요 가사이다. 처녀총각은 1934년 콜롬비아 레코드사에서 취입한 곡으로, 어느 날 국일관 뒤 어느 여관방에서 약주에 얼큰해진 강홍식이 흥타령을 부르자 같은 자리에 있던 김준영이가 이를 변조해서 취입하자고 제의, 즉석에서 작곡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봄이 되면 처녀들의 봄바람 이야기가 많이 회자된다.
1920, 30년대 봄이면 이팔청춘 처녀들이 봄바람이 들어 가출하는 기사가 종종 보인다. 평택에서도 ‘처녀총각’이라는 가요가 만들어지는 시기인 1934년 4월 중순 이팔청춘 16세의 정태순과 동생 정춘영, 14세의 백경자와 동생 백경희 등 네 명의 소녀들이 꽃구경을 갔다하고 돌아오지 않았다. 꽃구경을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4월 23일 집을 나가 사흘 동안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애가 탄 부모는 평택경찰서에 가출신고를 했다.
당시 평택에는 꽃구경할 만 곳이 없었고, 수원이 벚꽃으로 유명했다. 해마다 ‘앵화관광’이라 하여, 관광열차도 특별 운행했다. 아마도 평택에서 가까운 수원으로 꽃구경 가지 않았을까 한다. 사흘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경찰서에 신고한 것이다. 평택경찰서는 수색원을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수색했다. 가출한 이팔청춘이 돌아왔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봄이면 적지 않은 소녀들이 가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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