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때마다 나왔던
모든 대책은시행되지 않았고
비리도 반복되고
안전에 대한 무감각도
반복이 되었다.
그럼에도 안전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정신병자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를 경험하면서 가장 확실하게 배운 두 가지 중 첫 번째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사람은 정신병자라고 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세월호를 통해서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많은 사건들이 다시 떠올랐다. 가까이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와 해병대캠프 사고·씨랜드 화재 사고건부터 좀 더 멀게는 대구지하철 화재사건과 서해훼리호 침몰 사건·삼풍백화점 붕괴까지 우리는 안전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겪었던 많은 재난을 떠올릴 수 있었다. 모두가 안전시스템의 붕괴와 재난 관리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다.
또한 약간이라도 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안전에 들이는 비용을 아끼고 검사를 피하기 위해 뇌물을 쓰는 돈만이 중심이 된 세상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비극은 반복되었다. 비극을 경험하면서도 시스템을 바꾸지 못해 똑같은 일을 반복하였던 것이다. 사고 때마다 나왔던 모든 대책은 시행되지 않았고 비리도 반복되고 안전에 대한 무감각도 반복이 되었다. 그럼에도 안전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정신병자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에게 제도권 교육을 수동적으로 받게 하고 어떤 창의적인 질문도 못하게 만들면서 아이들 스스로 위험 상황을 벗어나기를 기대한다면 우리는 또한 환자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 부자들이 돈을 더 잘 벌게 하기위해 온갖 규제를 완화하고 안전에 대한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정부를 선출한다면 우리는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한해 세월호 희생자의 6배 규모로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나라, 한해 세월호 희생자 50배가 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교통사고로 20배가 죽는 나라이자 10년 주기로 대형 참사가 일어나는 나라…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 모든 목숨을 돈의 가치와 비교하여 계산하는 나라이다.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정신병 환자가 되는 것, 각성을 해야 한다.
세월호를 경험하면서 가장 확실하게 배운 두 번째 교훈은 핵발전소를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인리히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업무 성격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던 하인리히가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발견한 통계적 법칙이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이다.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인리히법칙은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바로잡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드러나는 온갖 유착과 비리들과 사고의 징후들을 보면서 하인리히법칙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징후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나 핵발전소에서 나타나는 온갖 징후들은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라는 것이다. 한국 핵발전소에서 그동안 발생한 사고와 고장의 건수는 이미 680건이 되었다. 그중에 몇몇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것이었고 어떤 것들은 다수의 피폭자를 낳은 방사능 누출사고였음을 상기한다면 현재 벌어지는 이런 시스템의 먹통은 아찔하고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인리히 법칙을 알고 세월호 사건을 돌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국 핵발전소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과제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배움을 얻은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노완호 의사
평택지역녹색평론독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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