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아쉴라

카사블랑카(Casablanca)
남성이라면 카사블랑카 여행 중에 꼭 주의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그곳의 여인들과 함부로 눈이 마주쳐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모로코 여인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가진 매력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모로코 여인들은 아프리카 최고의 동안(童顔)이라고 불린다. 나이도 짐작이 안 될 정도로 젊어 보일 뿐만 아니라, 피부도 매우 곱고 눈빛이 깊고 강렬해서 많은 남성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래서 그녀들이 바라만 봐도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는 남성들이 굉장히 많다. 여성들의 이런 멋진 외모의 이유로는 전통적인 베르베르족이 과거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시절 혼혈이 되어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설이 정설이지만, 슈퍼마켓에서 만난 매력적인 캐셔 아가씨는 그 이유로 단연 ‘아르간(Argan) 오일’ 효과를 꼽았다.
어느 여행기를 보니 모로코에서는 미스 유니버스가 주차 안내원을 하고, 미스 월드가 슈퍼마켓 판매원을 한다고 말하기에 농담을 참 재밌게 한다고 생각했더니 진짜 그 말이 실감났다. 사실 우리 일행 중 한 분도 슈퍼마켓 그 여인의 눈빛에 정신을 뺏겨서, 분명히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두고두고 우리 일행들의 재밌는 이야기꺼리가 되기도 했었다. 아무튼 그 아가씨가 자랑하는 아르간 오일에 큰 흥미가 생겨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진짜 좋은 효과들이 많이 검증되었다고 나와 있었다. 비타민 A와 E가 올리브오일에 비해 10배나 많고 다른 영양분도 매우 풍부해서 얼굴과 몸에도 바르고, 특히 아토피 피부에도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었다. 모로코 여인들은 아르간 오일을 바르고 아르간 오일을 먹고 아르간 오일로 만든 비누를 사용한다니… 나도 모르게 아르간 오일을 구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낭만의 도시 카사블랑카의 밤은 짧았다. 젊은 날 한 번은 꼭 오고 싶었던 도시, 카사블랑카에 와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매력적인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와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이 주연한 ‘카사블랑카(Casablanca, 1954)’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전날 밤 우린 호텔 로비 한 켠에 마련된 카페에서 새벽이 오도록 카사블랑카의 이야기와 낭만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주연을 맡은 그 두 사람이 평생 이곳에 와 보지도 않았고 헐리우드에서 모든 장면이 촬영되었다지만 그런들 무엇이 달라질까? 여기엔 우리들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영화 속의 ‘릭스 카페(Rick’s cafe)’가 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있는데. 유쾌하고 즐거웠던 시간,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미래의 꿈들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여행을 누구와 함께 오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진리인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새벽 일찍 카사블랑카의 하산2세 모스크를 방문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스크라니 그 규모가 짐작이 갈듯도 한데  실내에 2만명, 실외에 8만명 합계 10만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규모다. 옆에 있는 카사블랑카 항구의 아름다운 등대의 불빛과 함께 새벽기도 시간을 알리는 낭송 소리가 조용한 모스크 경내를 낭낭하게 울린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 까지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열정에 대해 들으며, 크리스천인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마음가짐과 결심을 하게 만드는 이른 새벽이다.

 
아쉴라(Ashila)
카사블랑카을 출발해서 환상처럼 아름다운 대서양을 따라 북상하다가 만난 성벽의 도시 아쉴라(Ashila). 사실 이곳은 우리의 예정에는 없는 방문지였지만 만약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여행의 중요한 고리 하나를 빠트릴 뻔 했었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 포르투갈이 모로코를 점령했던 당시 이곳 바닷가에 성채를 짓고 해안에 대포를 설치한 후 바다를 지나가는 배들을 감시하기 위해 건축되기 시작됐다는 아쉴라 마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품이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색으로 칠해진 벽들을 베이스로 빨강, 파랑, 노랑, 검정, 초록 등 다양한 원색으로 칠해진 문, 지붕, 창문들. 그리고 마을 골목 곳곳의 멋진 벽화들과 아프리카 특유의 문양들. 저절로 예술적인 감흥을 일으키게 만드는 마을이었다. 지금도 계속 건축되는 아쉴라 마을의 집들은 한 채 한 채가 조각품처럼 아름답고 대서양 바닷물 빛깔을 그대로 벽에 옮겨놓은 듯한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하얀 파도가 끝없이 몰려오는 대서양 바닷가 초소에 앉아 그림처럼 아름다운 아쉴라 마을을 바라보며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없이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이라도 그곳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아쉴라 마을 사람들의 선하고 순수한 눈매와 부드러운 미소는 이곳을 방문한 여행자들에게 한없는 평화를 주고 언젠가 꼭 다시 오겠다는 마음을 갖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서는 여러 어린이들과 장난도 치고 준비해 간 훈민정음 책갈피를 선물로 나눠주었다. 이들의 웃음과 목소리도 대서양 물빛을 닮았다. 아랍어를 하지 못해 대화를 할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함께 손 잡고 웃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쉴라에 대한 사랑과 마음들은 서로 통할 수 있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어린이들은 참 아름답기 때문이다.

 

 






윤상용
한광고등학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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