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들판을 간척하고
기지촌과 공장에서 일하며
오늘날 평택의 번영을 일구었던
대다수 민중들이 존중받는
행복한 도시이기를 희망한다.
돈만 쫓는 도시가 아니라
역사가 있고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줄 아는 품격 있는 도시,
사회적 약자가 행복한 도시,
그와 같은 비전이 제시되는
공약과 정책을 기대한다


‘호세 무히카(78세)’는 남미(南美) 우루과이 대통령이다. 근래 무히카 대통령은 몇 가지 사실로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였다. 먼저 개인재산이 3억 원 내외라는 점. 둘째, 시민들의 평균소득에 맞추기 위해 대통령 월급 1만 2000달러 가운데 90%를 사회에 기부한다는 사실. 셋째, 그러면서도 자신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고 강변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가난한 사람은 무언가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끝없이 더 얻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이다”라고 일갈했다.
무히카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반독재민주화투사였고 무려 15년을 감옥에서 보내기도 했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하여 세계은행에서 연설한 무히카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경제적 성공이라는 기적을 이뤘다.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심히 일만해서 잘 사는 것은 쉬운 일이다. 잘 살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인구 350만 명의 작은 나라 우루과이 대통령으로 그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정책은 경제성장이나 재벌지원정책이 아니라,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고 노동자들에게 보다 많은 소득을 얻게 하는 정책이었다.
무히카는 “노동자들이 많은 소득을 얻게 되면 기업도 장사가 잘 될 것이고 경제는 성장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비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했으면서도 우루과이는 연 평균 5.5%성장에 10년 간 임금성장률 55%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예로부터 법과 정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약자에게 희망을 주고 약자가 행복하고 잘 살게 만드는 것이 법과 정치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난 20여 년 동안 평택지역의 정치가들은 ‘경제발전’에 희망을 걸었다. 경제발전으로 시민 모두가 잘 사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무히카 대통령은 삼성전자·LG전자 평택공장이 건설되고 인구가 70만·100만 명이 된다고 해서 결코 시민 모두가 잘 살고 행복해질 수는 없다고 역설한다. 다시 말해서 분배정의가 실현되고, 사회적 약자를 살뜰히 보살피고, 물질문화와 정신문화가 조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시민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 호 <평택시사신문>에 보도된 ‘평택시장후보 특별인터뷰’를 읽으며 후보들의 빈약한 문화정책에 적잖이 실망했다. 향후 평택시의 문화정책에 대한 큰 그림은 물론이려니와 그동안 지역학자들과 문화인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박물관 건립’에 대한 공약도 아예 없거나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모 후보가 제기한 박물관 건립 방안도 평택시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제안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구도심의 슬럼화 극복방안도 도대체 구도심이 어떠한 역사 문화적 스토리를 갖고 있는 공간인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었다. 필자는 미래의 평택이 외부에서 유입된 세련되고 돈 많은 시민들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길 원한다. 평택들판을 간척하고 기지촌과 공장에서 일하며 오늘날 평택의 번영을 일구었던 대다수 민중들이 존중받는 행복한 도시이기를 희망한다. 돈만 쫓는 도시가 아니라 역사가 있고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줄 아는 품격 있는 도시, 사회적 약자가 행복한 도시, 그와 같은 비전이 제시되는 공약과 정책을 기대한다.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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