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밑이 없는 항아리는
막을 수 있을지언정
코밑에 가로놓인 입은
진정 막기 어려 우니라.
말들의 전쟁이 세상을 좌우하는
시대는 이미 저급하다.
그만큼 국민 의식수준이
우월하므로 진실만이
최선 일 것이다

 

거센 풍랑의 여파일까. 지난봄을 휩쓸고 간 비정한 세월 때문일까. 바람의 방황 탓일까. 아니 어쩌면 수없이 뱉어냈던 지난 오월의 푸념들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가 잘 하겠다고, 앞장서겠다고 했는데 누구는 그 말 뒤에 숨어 더 이상 말이 없고, 어떤  이는 세간의 바람을 잘 몰아 도처에 기둥처럼 우뚝 서 있다. 이제 우린 그들이 인도하는 바람의 방향을 향해 뱃머리를 돌려야 한다. 돛의 높이를 조율해야 한다. 또한 삶의 각도를 새로이 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격랑의 지방 선거를 마치고 각자의 바람 방향을 골라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자신이 나가야 할 방향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말한다. 참 어처구니없는 거짓이다. 알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의 의지 속 방향일 뿐 미세하거나 거친 바람의 결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우매한 처사에서 귀결된 속견이리라. 세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이요. 바람은 곧 민심인 것이다. 이제 그 앞에 선 지도자의 귀가 민심의 바람을 감지하는 예민함만이 선정의 초석이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바람에게 바란다!
부디 어긋나지 않고 모나지 않은 6월의 모퉁이를 돌아 성냄과 시기와 번민의 탈을 벗고 너와 내가 하나 되는 훈풍이 되어 살가운 푸르름으로 여름을 맞고, 구수한 과일 향 같은 여운으로 결실의 가을을 엮는 인자함을 베풀어 다오! 양이 풀을 뜯듯 평온함으로 우리 아이들이 안길 수 있는 평원 같은 오늘! 먹거리 살거리가 풍요한 가을 같은 내일!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안온한 휴식과 비전을 외치는 미래는 우리가 선택한 이들의 의지에 달렸음도 안다.
선택을 위해 무수히 토해냈던 말들을 수습하기보다 앞으로 해야 할 말들에 대한 숙고가 지도자의 역량이라 생각한다. 정치의 9할은 말이 아닐까 싶다. 또한 지도자의 덕목 중에 으뜸도 언사이다. 많은 이들이 부적절한 언사에 비운을 맞기도 하는 것을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 말 뒤의 마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을 잘하기보다 진정성을 말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그리 쉬우면 누가 그리 못 하겠는가마는 단속하는 자의 물고는 터지지 않는 법. 사명감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은 옥석처럼 명확히 구분되므로 시민의 생각 속에서 정성으로 베푼다면 위대한 영도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은 자명하다.
옛 문헌에 이런 말이 있다. 차라리 밑이 없는 항아리는 막을 수 있을지언정 코밑에 가로놓인 입은 진정 막기 어려 우니라(寧塞 無低缸 難塞 鼻下橫). 말들의 전쟁이 세상을 좌우하는 시대는 이미 저급하다. 그만큼 국민 의식수준이 우월하므로 진실만이 최선 일 것이다.
우린 이제 믿고 추앙할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했다. 서로 상생의 드라마를 함께 써 나가야 할 때이다. 위민의 지도자가 되어주길 바라며 링컨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한 구절을 잊을 수 없다. “the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 우리 모두의 진정한 바람이다.

 
권혁찬 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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