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은폐하려는
누군가의 의도가 작동하는
곳에 괴담이 깃든다.
괴담의 생산자는 다수의
대중이 아니라 바로 진실을
은폐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괴담 유포 자에 대해
처벌운운하기 이전에 먼저
진실규명을 위한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할 일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없던 일들이 발생하였다. 기형 식물들이 발견되기도 하였고 사람들이 비실비실 아프기도 하였고 코피를 흘리기도 하였고 어떤 분은 머리숱이 빠지거나 이빨이 빠지고 잇몸에 피가 나기도 하였다. 심지어 한 중학교에서는 체육활동을 하던 학생 두 명이 일주일 사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도 발생하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 수는 이제 지진해일로 인한 사망자를 넘어섰다. 바다에서는 떼죽음을 한 물고기가 발견되기도 하였고 북쪽에 바다표범은 피부에 심한 부스럼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런 일들이 후쿠시마 이전에는 없다가 후쿠시마 이후에 나타난 일들이기에 사람들은 후쿠시마 사고의 핵심인 방사능 누출과 그로인한 영향이라고 의심하였고, 이는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할만하다.
후쿠시마에 취재를 다녀온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쿠시마에 다녀온 요리사의 이야기를 그의 작품 <맛의 달인>에 실었고 그것이 방사능 영향이라는 한 촌장의 이야기를 작품에 실었다. 실제 벌어진 일에 대해 지역민의 이야기를 인용한 이 내용은 이후 일본 사회 전체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정부가 나서서 방사능영향이 아닌 괴담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일이 생겨났다. 출판사에는 엄청난 압력이 들어왔고 결국 만화는 일시적으로 연재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작가와 출판사는 이후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견해와 근거들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난 이 일을 보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한다. 과학적인 추론은 사라진 채 방사능이냐 아니냐 이분법으로만 이 문제를 몰아가 결국 현상 자체를 부정하려고 하는 아주 교묘한 정치적인 기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어떤 증상을 보인다면, 그 증상에 대해 합리적으로 추론하고 과학적으로 실험하여 그 원인을 찾아내면 되는 것인데 그것은 ‘방사능에 의한 것일 수 없어!’라고 한쪽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고 있는 것이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코피를 흘린 사람이 사는 지역과 방문한 곳의 방사선량을 측정하면 그가 외부피폭을 얼마나 당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혈액을 검사하면 그의 혈소판의 숫자와 상태에 대해 알 수 있고 필요하다면 골수검사를 진행하여 골수 질환이 있는지를 알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전신 방사선 측정기를 사용하여 그가 받은 내부 피폭의 정도를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자라면 이렇게 접근하면 된다. 그런 후쿠시마 현립 의대의 한 교수는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조차도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헛소리를 하기까지 하였으니 이들에게 과학적 방법의 연구를 기대하기는 애초에 어렵다.
후쿠시마 사고는 사고 3년이 지났지만 여러 측면에서 진실이 많이 가려진 채 지내고 있다. 아직 누출된 방사능 총량에 대해서도 도쿄전력의 발표 치와 해외 전문가들의 추정치에는 많은 차이가 나고 있고 사고 핵발전소 손상의 정도도 그동안 뉴스에 나왔던 것보다 더 심하다는 증거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괴담은 자꾸 재생산되면서 확산되는 것일까? 숨겨진 것들이 없었다면 소문도 괴담도 절로 사그라질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 정부가 설명을 하듯 방사능 영향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을 믿기에는 그동안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숨겨온 내용이 너무 많지 않은가 말이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누군가의 의도가 작동하는 곳에 괴담이 깃든다. 괴담의 생산자는 다수의 대중이 아니라 바로 진실을 은폐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를 통한 각종 괴담들이 유통되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그것이 황당한 것이든 합리적인 것이든 결국 자꾸 재생산되고 퍼져가는 것에는 세월호와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은폐되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관련한 소문과 괴담에 대해 한국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여주는 일본 정부의 모습처럼 윽박질에 가까운 대응이다. 그리고 그 윽박질로 인해 의심은 더더욱 키워진다.
정부는 괴담 유포자에 대해 처벌운운하기 이전에 먼저 진실규명을 위한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할 일이다. 특검을 하던 민관이 합동으로 신뢰할만한 규명 팀을 꾸리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그리하여 투명하게 조사 결과가 발표된다면 그 모든 괴담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괴담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진실에 대한 투명한 공개, 그것뿐이다.

 
노완호 의사
평택지역녹색평론독자모임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