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보는 것은
열권의 책을 읽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한이 없습니다.
오늘도 마을 앞산엘 오릅니다.
새소리도 듣고 나무 향기도 맡고
하늘도 보는 일
살아있기에 즐기는 행복입니다


 
지난 70년대만 해도 죽어서 천당 가기 보다 더 어려웠던 미국여행, 하지만 이제는 국민 누구나가 다 이웃집 마실가듯 해외여행을 즐기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또 자연 속에서 가까운 사람들끼리 오붓하게 즐기는 캠핑도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집을 떠나는 일은 일상을 떠나는 일일 것입니다.
냉장고·에어컨·가스레인지… 등 인공적인 온갖 기계와 가재도구의 편리함을 잠시 잊고 저 멀고 먼 옛날 우리 조상님들이 그래왔듯 자연 속에서 우리 몸을 놀려 들에서 먹고 자는 일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면서 철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새로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딪치며 자연 속에 담겨있는 생생한 기운을 얻는 일일 것이지요.
야영장에 도착하면 각자 맡은 역할대로 텐트도 치고 주변에서 찾아낸 돌을 쌓아 간이 부엌을 만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불을 피우는데 필요한 마른 나뭇가지를 주우면서 일거리 분담을 통해 가족 간에 오고가는 정을 두텁게 하고 일체감을 갖는 일이야 말로 들로 나가는 나들이에서 얻는 가장 귀중한 소득이라 할 것입니다. 저녁밥상에도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도회지 생활에서 쌓인 찌든 때를 벗겨내고 서로가 마주앉아 가족 간의 거리감을 좁히며 즐거움을 함께 하는 일, 다른 놀이에서는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가스버너나 석유버너를 쓰지 않고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나뭇가지로 불을 때서 짓는 밥과 반찬 그리고 불을 때면서 뜨거워진 돌을 수건으로 감아서 저녁 잠자리에 난방도구로 쓰는 일은 즐거움과 재미 이전에 도회지의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삶의 지혜를 넓히는 일이 됩니다.
그런데 오늘날 생활여건이 나아지면서 가족이 함께 하는 캠핑에 쓰이는 각가지 도구와 장비는 가히 사치품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자연으로 나가서 자연 속에서 자연을 만나고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캠핑 마니아’들을 유혹하는 집안 살림살이 보다 몇 배나 더 비싼 갖가지 주방기기에 식탁·의자 심지어는 전기장판에 매트리스·전기 난방 기구까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도구가 캠핑에 동원됩니다.
그러니까 캠핑을 가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이사를 가는 수준으로 온갖 문명이기를 다 동원해서 가지고 나갑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자가용 자동차’가 보편화되어졌기에 가능할 일입니다.
- 집 떠나면 고생이다
그렇지요 촌스럽고 원시적인 생각이라 핀잔을 들을 말일 수도 있겠지만 캠핑 한편으로는 그런 고생을 즐기러 가는 거 아닌가요!?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고 천천히 여유롭게 서두르지 않고 자연을 즐기는 나들이, 그런데 들에 나가니 먹는 것도 부실하고 잠자리도 불편하니 바깥에 나가서 겪는 고생이 싫다! 그렇다면 가만히 집에 있는 것이 가장 편할 것이지요. 모두가 다 이르듯
- 내 집이 바로 낙원입니다
지나간 시간 한 동안 유행처럼 ‘보이스카웃’ 열풍이 분 적도 있었습니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구, 누구가 ‘보이스카웃’ 출신이다.
‘준비!’ 하고 인사를 나누는 보이스카웃 구호처럼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고 대처해야 큰 인물이 된다고 선전하는 보이스카웃 활동에서 가장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협동정신을 기르는 ‘캠핑’입니다. 그리고 캠핑 체험을 통해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 사랑을 배우는 것 또한 ‘보이스카웃’ 정신일 것이지요. 꼭 사회지도자가 아니더라도 가능하다면 누구나가 배우고 갖춰야 할 덕목인 것이지요.
‘캠핑’, 기계문명에 익숙해지면서 무디어지고 병이 든 우리 몸속에 녹아있는 ‘동물적 본성’을 되살리고 자연이 품고 있는 무한한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캠핑’, 건전하고 즐거운 생활문화를 넘어 내일을 위한 도전정신을 기르는 일이기도 할 것이지요.
평택에서 가장 즐겁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산은 천원군 풍세면 댓거리에 있는 광덕산입니다. 혹 사람들은 각자 취미에 따라 멀리 있는 산에 가는 것을 즐기기도 하지만 산으로 가고 오느라 길거리에다 시간을 다 뺏기고 또 오고가면서 지치기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가까운 산에 가서 마음껏 산山기운을 받는 것이 더 행복한 나들이이기에 광덕산은 주말 산행으로서는 제격이었습니다.
혼자 산엘 즐겨 다니는 것을 안 한광중학교 서정운 교감선생이 어느 날 평택에 처음으로 산악회를 만들려고 하니 함께 가자고 해서 평택산악회 창립준비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임에 단 한 번 참석했을 뿐이었습니다. 산에는 혼자 다니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데다가 모임에 가입하면 때마다 나가야 하는 일도 번거롭고 또 공동생활을 하려면 회비를 내야하는데 그 돈을 가지고 한 번이라도 더 산에 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자연을 보는 것은 열권의 책을 읽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즈음 산은 너무 더러워졌고 자연은 알아볼 수 없도록 바뀌었습니다. 모두 다 사람이 만든 결과입니다. 오늘도 마을 앞산엘 오릅니다. 새소리도 듣고 나무 향기도 맡고 하늘도 보는 일, 살아있기에 즐기는 행복입니다.


이동진은 홍익대 미대 卒, 한광고등학교 교사, MBC창작동요제 대상곡 ‘노을’의 작사가다.      ※ 블로그 http://blog.naver.com/jaa_yoo(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