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치에서 정치가란
모름지기 자신이 책임진
도시와 시민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마음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6·4지방선거가 끝났다. 개표방송을 숨죽여 보며 까만 밤을 지새운 시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정권심판론’이 고개를 들었다. 공교육의 모순과 파행을 체감했던 유권자들의 교육개혁에 대한 강한 열망, 그리고 평택지역에서는 관선·민선을 합쳐 13년 동안 평택시를 책임졌던 현 시장에 대한 냉엄한 평가가 표심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아쉬움은 남지만 필자는 이번 선거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지방자치단체의 세대교체 뿐 아니라 진보적 교육개혁에 한 표를 던진 유권자들에게서도 희망을 보았다.
선거는 ‘당선 완료형’이 아니다. 당선자들은 시민들에게 4년이라는 기간을 한시적으로 위임 받았다. 자신이 누리는 권력은 본디 시민들의 것이라는 사실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바람과 열망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어떻게 정치를 해야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고 필자는 당선자들에게 몇 가지 기대 섞인 조언을 한다.
첫째, 진정성을 가슴에 품은 정치가이기를 바란다.
둘째, 평택시와 평택시민들을 긍휼히 여기고 사랑하기를 소망한다.
셋째,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정치가이기를 기대한다.
넷째, 학연과 지연에서 벗어나 탕평 정치를 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선배 정치인들에게서 많이 배우고 많이 노력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준수하라고 요구한다. 돈보다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어떤 덕목으로 정치를 해야 할까? 민주정치에서 정치가란 모름지기 자신이 책임진 도시와 시민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마음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의 공감과 사랑·지지를 얻을 것이고 차기 선거에서도 당선될 수 있다. 부천시장을 지낸 원혜영 의원은 아직도 부천시민들의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청렴했으며 특징 없는 밋밋한 도시 부천을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자세도 반드시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호학(好學)하는 군주가 정치를 잘못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열심히 공부하여 전문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 수 있다. 평택시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평택시장과 시·도의원들이 분야별 전문가를 초빙하여 세미나와 강연회를 자주 개최하고 시민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넷째와 다섯째 항목은 평택시장 당선자에게 특별히 당부하는 덕목이다. 평택시는 지방자치 20여 년 동안 학연과 지연에 의해 사회가 분열되고 정치가 얼룩졌다. 측근 정치와 권위주의적인 정치 행태도 문제였다. 조선후기 개혁군주 정조는 당파와 신분을 떠나 청렴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을 등용하고 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개혁을 이뤄냈다.
현재 평택시는 농경문화에서 벗어나 근대도시와 산업발전을 토대로 새로운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지식과 교양을 갖춘 새로운 인구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시장 당선자가 탕평정치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시민들을 설득하고 공감시킬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소망을 말하겠다. 본인은 평택시장이 박원순이나 염태영 같은 훌륭한 시장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이들을 롤 모델로 삼아 진취적이고 조화로우며 시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멋진 도시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권위주의적이기 보다 시민들에 의해 권위를 인정받고 사랑받는 정치가, 평택시에 사는 것만으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시민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

 
김해규 소장
평택지역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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