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꼬르도바·그라나다

다시 스페인으로
환상의 나라 모로코를 떠나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을 건너 다시 정열의 나라 스페인으로 들어왔다. 태양의 해변 말라가(Malaga)에서 꼬르도바(Cordoba)로 가는 길은 한없이 펼쳐진 올리브 밭과의 만남이다. 이 지역에 자그마치 3억 200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심겨져 있다고 한다. 골짜기, 구릉, 평지할 것 없이 어디나 올리브 나무가 가득한다. 스페인 올리브는 이탈리아 것에 비해 알이 약간 작지만 향기나 성분이 우수해 세계의 미식가나 요리사들로부터 가장 뛰어난 올리브라는 찬사를 받는다고 한다. 또 이 길은 매년 5월이 되면 끝없이 노랗게 펼쳐진 해바라기 밭으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그 멋진 광경을 보기 위해 세계적인 화가들과 사진 매니아들이 이 지역으로 몰려든다고 하니, 어찌보면 척박해 보이는 이 지역이 역설적으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임이 분명한다.

꼬르도바(Cordoba)
아라비안 나이트에 보면 ‘서쪽으로 가면 너무나 아름다운 사원이 나온다’라는 구절이 있다. 바로 그 사원이 꼬르도바(Cordoba)시에 있는 메스끼따(mezquita) 이슬람 사원이다. 건축된지 1200년이 지났지만 그 정교함이나 아름다움이 그 어떤 건축물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튼튼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수많은 유럽의 건물들이 무너진 1755년 리스보아 대지진에도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사원 각 기둥들의 중간에 충격 흡수 장치가 들어 있어서 그렇다니 그 과학적인 건축 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지금도 모든 기둥들 중간에 납으로 만들어진 충격 흡수 장치들을 볼 수 있다.
꼬르도바라는 도시는 그 자체가 역사적으로 워낙 유명한 도시이다. 안달루시아의 신부라고 불릴만큼 경치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중세시대에는 이스탄불, 바그다드와 함께 3대 도시 중 하나였고, 유명한 학자들이 몰려와 연구를 하여 40여만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이 있었다고 한다. 현대 교육의 다양한 과목 분류가 시작된 곳도 이곳이며, 밤이 되면 일정한 시간에 가로등을 밝혀 도시를 밝게 하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청소부들이 정한 구간을 청소하게 하는 등 8세기에 이미 현대적인 도시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축한 곳도 바로 이곳 꼬르도바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온 몇몇의 젊은이들을 만나서 훈민정음 책갈피와 명함을 주고 한국에서의 만남을 약속했다. 이렇게 세계를 다니며 전해준 명함을 통해 수십명의 친구들과 지금까지도 메일을 교환하고 있고, 한국에서 다시 만난 외국인 친구들도 20여명은 넘으니 난 참 부자다.
가이드는 가끔 스페인어를 가르쳐 준다. 오늘 배운 문장은 ‘당신을 사랑한다’에 해당하는 ‘떼 끼에로(Te quiero)’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좋아하는 직설적인 표현이 이 말 속에도 들어있는데 단순히 사랑한다는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떼 끼에로’가 담고 있는 직설적인 의미는 “너를 갖고 싶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느낌을 바로 말로 표현하는 이들의 언어 속에는 그래서 늘상 정열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여인에게는 바로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심지어 동성애를 즐기는 친구에게도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너의 느낌을 존중한다’라고 하며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만큼 ‘개인이 느끼는 감정에 충실함’이 이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라나다(Granada)
그라나다(Granada)는 이번 문화탐방 중 유럽대륙 서쪽 끝인 까보다로까(Cabo da Roca)와 모로코 카사블랑카(Casablanca)와 함께 가장 기대했던 도시다. 특히 그라나다는 스페인의 기타 영웅 안드레스 세고비아(Andres Segovia)가 연주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Recuerdos de la Akhembra)’이라는 곡의 무대인 알함브라 궁전(Alhambra Palace)이 있는 도시이기에 기타 연주를 무척 좋아했던 내가 너무 오고 싶던 곳이었다.
그라나다는 한여름에 35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를 보이고 겨울철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온화한 지역이라 질 좋은 포도주와 올리브유가 많이 생산된다. 그래서 우리 식사 시간에도 맛 좋은 와인과 올리브유를 드레싱 한 싱싱한 샐러드가 자주 올라왔다.
현재 그라나다에는 이슬람 왕국의 요새와 궁전, 사원, 대학 등 많은 유적들이 남아있는데, 특히 북동부의 다로(Darro) 강 왼쪽 언덕 위에는 이슬람 왕조의 왕궁이자 요새였던 알함브라(Alhambra) 궁전이 있다. 13~14세기의 왕족의 별궁(別宮)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며 세계적인 관광지로 명성이 높고 관광객의 일일 입장 수를 제한하는 등 매우 중요한 유적지이기도 하다.
역대 최고의 이슬람 궁전으로 손꼽히는 알함브라 궁전은 높이 130m, 폭 182m로 지어진 세계문화유산이다. 이곳은 아랍계 이슬람교도인 무어인들이 들어온 뒤부터 스페인의 종교가 기독교로 바뀌는 1492년까지 이슬람 왕국의 궁전이었다. 하나님께서 만든 창조물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완벽하게 만든 것이 인간이라면, 알함브라 궁전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예술품이라고 평가를 받을 정도이다. 섬세함의 극치를 이루는 알함브라 궁전의 대리석은 마치 나무나 찰흙을 깎아 놓은 듯하고 아름다운 조각과 문양이 궁전 내부를 가득 장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알함브라 궁전이 지닌 최고의 아름다움은 밝음과 어두움, 빛과 그림자가 이루는 극한 대조성과 건물의 대칭성이라고 한다. 궁전 내부를 걸으면서 곳곳에 스며드는 명암이 교차하는 빛의 향연은 사람들에게 황홀감을 안겨 준다. 사람들이 많아서 어렵게 촬영한 사진은 인도의 타지마할의 모델이 된 아름다운 여름 정원이다. 궁전 곳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아름다운 여러 연인들은 배경과 어울려 그저 한 장의 그림이다. 그들의 얼굴 위로 타레가와 콘차의 얼굴이 곱게 오버랩 된다.


※ 이 글은 2012년 1월 6일부터 17일까지 대한민국 청소년 우수지도자로 선발되어 포르투갈, 모로코, 스페인, 네덜란드를 방문한 여행기로 본지에서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필자는 한광고등학교에서 22년간 윤리·종교를 가르치며, 대한민국 최우수 동아리인 한광무선국을 비롯해 5개의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

 







윤상용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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