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는 보따리상을 통한
평택항 활성화라는 작은 이익에
지역농업과 국민건강을 해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지난 7월 2일 평택항과 중국 연태를 주3회 정기 운항하는 초대형 크루즈형 카페리여객선 ‘스테나 에게리아’ 호가 평택항에 본격 취항했다. 이번 취항을 계기로 중국관광객의 한국방문 확대와 평택항을 통한 수출입 물류량 증가로 평택항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평택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왠지 모를 불안함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현재 평택항에서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노선은 이번에 취항한 연태항 노선을 포함 총 5개 노선이 운항중이다. 본래 국제 카페리여객선은 여행자와 화물을 동시에 운송해 관광객 방문을 통한 양국 간 인적 교류와 신속한 화물운송으로 해상교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항만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평택항에 취항해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좀 다르다. 이들 배에는 일반 관광객보다는 일명 ‘보따리상’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무역상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보따리상들은 카페리호를 타고 중국에 입국해 한 두 시간 머물며 항구 주변에 있는 농산물 판매장에서 싼값에 거래되는 녹두·콩·참깨·팥·건고추 등 그동안 우리 정부의 수입개방정책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한 품목들을 반입해 수집상들에게 넘기고 있다. 이들이 한 해 들여오는 농산물은 약 3만 6000톤이며 일부 품목은 국내생산량의 20~30%를 넘는 불법 유통으로 국내 생산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또한 잔류농약검사 등 기본적인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통관되기 때문에 소비자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관은 이들이 중국에서 가져온 각종 농산물들이 자가소비용이 아닌 판매용임을 알고도 통관시켜주고 있으며, 수사당국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당국의 단속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들은 현재 소무역 협동조합을 결성해 자신들이 자가소비용으로 신고하고 들여온 중국산 농산물을 세금을 내고 판매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세관은 면세로 들여온 농산물의 판매는 불법이라며 판매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들 보따리상과 세관 및 항만공사의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미묘한 관계를 알게 된다면 강력대응의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 평택항을 무대로 활동하는 보따리상은 약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들은 월 12항차의 카페리를 이용하며 한 달에 지불하는 뱃삯은 약 25억 원에 이른다. 만일 이들 보따리상들이 세관 및 수사당국의 단속 강화에 반발해 카페리 탑승을 거부한다면 1항차에 약 3000여만 원하는 기름 값을 충당할 수 없어 카페리 운항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것이 선사의 입장이다. 또한 카페리 운항이 멈추게 된다면 1항차에 약 200여개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류 이동도 멈추게 되며 이에 따른 세관·출입국·검역 등 평택항만공사 내 모든 기관의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취항한 평택~연태간 카페리호가 중국산 농산물 불법 반입의 새로운 창구가 되지 않길 바라며 평택시가 평택항의 활성화만을 내세워 농민들의 생산기반을 붕괴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얕은 상술에 놀아나지 않기를 바란다. 때마침 한·중 FTA 12차 실무협상이 대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 농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땅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뜨거운 태양볕 아래 아스팔트 농사를 짓고 있다. 

 
이상규 정책실장
평택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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