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


평택에서는 누구라도 다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택은 결단코  제 이해관계만을 따지며
기웃거리는 ‘뜨네기’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안중근 의사는 독실한 천주교신자로 세례명이 ‘토마스(多默)’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안중근 의사는 그 어떤 형태로든 천주교신자로서 기억되지 못했습니다. 사람을 죽인 것이 천주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이유 한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라는 시쳇말처럼 사람 나고 종교 난 것이지, 종교가 있어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라고 성경에도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위인이 일으킨 거사는 친구 정도가 아니라 나라를 구하고 식민지 백성으로 온갖 멸시와 학대를 받던 민족을 구하기 위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위업이었습니다.
생명보다 더 존귀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구하려 자신의 목숨을 던진 의거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종교의 존재이유를 다시 되묻고 싶습니다. 살아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참된 인간의 도리일 것이지요.
온갖 부정과 비리로 여전히 평택 지역사회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그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욕을 먹게 된 것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 학교가 욕을 먹는 일, 예를 들면 이런 일들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학교에 학생들 학비, 등록금을 내는 것은 모두 평택 지역사회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지역사회에서 형광등 한 개 사는 일이 없었고 학교에서 필요한 모든 소비성 기물들은 전부 서울에 가서 대량구입을 해왔습니다. 싸게 사는 일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사회에 터를 잡고 살면서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생각해야 하는 명분은 패대기친 채 오직 제 잇속만 챙겨왔기에 계속해서 손가락질을 받는 것입니다.
지난 달 온 나라 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이 한동안 ‘밥상머리’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종교인으로 이곳저곳 예배당을 돌며 입에서 나온 이야기 가운데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말들이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그가 한 말을 어느 방송국에서 억지편집을 해서 부정적인 것만 보여주었다고 했지만 다 들어봐도 없는 말을 일부러 지어서 만든 것은 아니었지요.
글쎄요? 그 사람 정도의 신분이라면 ‘지식층’이라고 해도 손색은 없을 것 같은데 지식인이 하는 말 치고는 분별력이 없는 처신이었습니다. 구한말 왜놈들에게 이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모두 올바른 민족의식을 갖지 못한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쓰러진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 피 흘려 목숨을 바친 사람은 모두 배우지 못한 백성들이었지요. 결국 버티고 버티던 그는 자리에서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또 다시 선거가 다가오면서 평택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한 인사가 평택지역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택의 한 지역구가 다시 한 번 언론의 조명을 받았습니다.
‘평택은 내가 군복무를 한 지역이다’라는 것이 그가 내뱉은 평택지역에서 출마하게 된 가장 큰 동기였습니다. 글쎄요? 사람마다 이해관계가 다 다를 것이니 그 일을 두고 하는 생각도 각양각색이겠지만 그 말을 전해들은 평택지역 많은 인사들은 그가 군복무를 한 곳이기에 이 지역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평택을 모욕하는 처사라며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중이떠중이가 다 나오다가 나중에는 평택을 지나가는 기차를 한 번 탄 적이 있기에 평택에서 국회의원을 해먹겠다는 사람까지 나오게 생겼구만’. 그렇습니다. 이 무슨 평택사람들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오만방자한 처신인지요? 일개 정치꾼 주제에 본색도 없이 저지르는 횡포를 보니 멀리서 소식만 들어도 모멸감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평택이 언제부터 이렇게 값어치 없는 고장이 되었으며 얼마나 평택을 호락호락하게 보았으면 ‘왼갖 잡새들이’ 다 날아드는 곳이 된 것인지요? 일순간 우리 평택은 ‘뿌리’도 없고 ‘씨-種子’ 없고 ‘뼈-中心’도 없는 ‘껍데기’들만 사는 비참한 도시가 되고 말았습니다.
평택은 분명 자유의 도시입니다. 그 어느 누구라도 들어와서 당당하게 평택시민으로 살 수 있는 열린 고장입니다. 그것이 평택의 자랑이고 그 힘이 오늘의 평택을 만들었습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느냐를 묻지 않는 고장, 어느 조상 밑에서 태어났는지를 따지지 않는 고장 그래서 각계각층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평택은 항상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며 뜨거운 에너지를 쏟아냈고 오늘도 그 열기로 평택의 내일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평택에서는 누구라도 다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택은 결단코 제 이해관계만을 따지며 기웃거리는 ‘뜨내기’들을 용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권력을 등에 업은 정치인이나 지역주민은 외면한 채 오랜 기간 자리만 지키며 너무나도 무능해서 지역사회를 위해서 아무 하는 일 없이 제 육신의 안일만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정치인도 이번 기회에 다 뿌리를 뽑아내고 진정으로 평택이 안고 있는 온갖 정치적 현안들을 힘차게 풀어내고 지난시간 동안 평택 지역사회 곳곳에 쌓인 아픈 상처를 치유하며 어느새 인구 50만을 바라보는 평택을 우리나라의 중심도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진실 되고 참신한 일꾼을 뽑아야 할 것입니다.

 


이동진은 홍익대 미대 卒, 한광고등학교 교사, MBC창작동요제 대상곡 ‘노을’의 작사가다.     
※ 블로그 http://blog.naver.com/jaa_yoo(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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