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락 사무국장 / 평택농민회

정부는 쌀 전면 개방 입장을 철회해야
쌀 시장 개방,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들의 지속적인 쌀 전면개방 반대시위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7월 18일 사실상 쌀 관세화 수용방침을 공식발표했다. 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한 1995년부터 20년 동안 미뤄온 쌀 관세화, 즉 쌀 시장 전면 개방의 빗장은 풀어졌고 국내 쌀 농업인은 무한경쟁의 바다에 던져졌다. 생산비 부담에 더해 쌀 시장 개방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평택지역 농민들을 대표해 임흥락 평택농민회 사무국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 쌀 시장 개방에 대한 평택농민회의 입장은?
정부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WTO에서 공식적인 쌀 협상을 하는 시기가 10월 1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서둘러 졸속적인 쌀 관세화 입장을 발표했다. 쌀 농업을 지키려는 의지도 없고 변변한 대책도 없다. 협상도 하지 않은 채 항복 선언부터 하면 국제무대에서 우리 농업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재탕 삼탕한 농업대책과 책임지지 못하는 고관세율 적용을 믿는 농민은 많지 않다. 중국과의 FTA와 미국과의 TPP 협상에서 고율의 관세는 영원히 갈 수 있을까? 쌀 전면개방 입장을 철회하기를 바란다.

- 쌀 시장 개방 유예기간 동안의  대비책은?
내가 농사를 지은 지 22년이 된다. 당시 5000원 정도 하던 요소비료는 지금 2만원이 넘어가며, 1억 원이 넘는 농기계도 흔하고 생활비는 몇 배가 더 든다. 당시에 1톤 트럭에 1만원이면 기름을 가득 채웠지만 지금은 10만원이 든다. 더구나 지금은 수입쌀과 우리쌀을 혼합해서 팔아도 되도록 법을 개정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우롱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비축미 제도를 도입해 손을 놓고 모든 책임을 농협과 농민에게 전가하고 불난 농심에 부채질만 했다. 수입쌀을 싸게 팔고 그 차액을 농산물 가격안정 기금으로 메웠다. 이미 많은 농민은 정부의 농업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 쌀 시장 개방에 대비한 실질적  농민 대책은?
평택농민회는 ‘수매제’ 부활을 요구한다. 가격이 올라가면 보유 물량으로 가격을 떨어뜨리고 가격이 떨어지면 무관심한 정부다. 이제는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을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비싸면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상한가를 정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생산자의 손실을 줄여주는 최저가를 정해서 안정적인 수급을 유지하는,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의 국가 수매제를 강력히 요구한다.

- 쌀 시장 개방에 대비한 평택농민의 현실은?
평택은 많은 개발로 농지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농업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 생산한 쌀을 농협에 원하는 만큼 판매도 못한다. 농민들은 평택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약해지고 있다. 농업예산은 이웃인 화성시와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고 생산기반에 대한 지원도 미약하다. 오죽하면 개발이 되어서 보상받고 농사를 그만 짓고 싶어 하는 농민이 있겠나. 농업의 미래를 밝혀주고 자부심을 갖고 생산에 충실할 수 있게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 쌀 시장 개방에 대한 평택농민회의  계획은?
아직까지 많은 농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설마 정부가 농민을 버리지는 않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며 평생을 속고 사는 농민들도 있다. 평택농민회는 마을 순회 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을 알리고 쌀 전업농 그리고 쌀 작목반 등의 생산 농가와 함께 연대해서 정부의 관세와 전면개방 방침을 철회시키도록 노력 할 것이다. 시민과 함께 연대하고 우리의 내용을 알려낼 것이다. 다양한 선전 활동과 연대 사업으로 9월 18일 평택농민대회를 개최해 평택농민들의 분노를 청와대에 전할 계획이다.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농업은, 특히 주식인 ‘쌀’을 외국 무역회사에 맡기겠습니까? 중금속인 비소가 들어간 미국 쌀을 제대로 검역도 하지 않은 채 우리 식탁에 올리는 정부에게 맡기겠습니까? 혹시 수입쌀과 혼합된 쌀을 자신도 모르게 먹고 있지는 않습니까? 쌀 시장 개방의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의 밑도 끝도 없는 여론 조작에 흔들리지 말고 생산자 단체인 평택농민회의 목소리에도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안전한 먹거리는 농민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유경남 기자 red_801@hanmail.net

 

 

임흥락
평택농민회 사무국장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