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대는 임기응변식 대응을 그때그때 내 놓을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볼 수 있다.
군기라고 하는 전체주의적인 옛 군대의 모습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지시와 아래로부터의 의견표출이
자유로이 만나는 소통이 가능한 창의적 군대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윤일병 사망 사고’를 둘러싼 군대 내 폭력문제가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그렇다면 여태껏 군대에 폭력예방조치들은 없었는가? 한국군 창설 이래 폭력이 없던 적은 없었다. 정체불명 의미조차 모호한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 늘 폭력이 필요한 것이 한국 군대였다. ‘군기’, 군대의 기강이라고 하는 것이 상명하달, 명령의 신속한 전달에만 있는 것이라면 폭력을 통해 완전한 지배가 옳은 방법일 텐데 오히려 폭력을 권장해야 마땅한 것인데 지금 군대 내 폭력을 없애라고 하는 말이 나오니 그렇다면 군기 없는 군대를 유지하자는 말인가?
군대의 기강이 그러나 무조건적인 명령의 복종이 아니라 합리적인 소통에 의한 군 위계질서의 회복이라면 굳이 폭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창의적인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그것이 반영되는 군대라면 명령이 더디게 전달될 이유도 없고 오히려 군대라는 곳의 효율은 개선될 수 있으며 전체적인 전력 또한 상승될 수 있는 것이다. 적과 전투를 벌이는 야전 지휘관이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만 기다리고 있으면 가지고 있는 병력을 모두 잃고 만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일이 아닌가?
이순신이 진짜로 승리를 하게 된 배경에는 왕의 명령만 기다리는 지방관이 아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율성과 폭넓은 시야로 다양한 방면에 대한 공부가 우선되었고 부하가 천민출신이라고 하여도 거북선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을 한 사람이라면 새로운 성씨까지 주어 신분상승을 시켜줄 만큼 아랫사람들을 중히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시스템 역학에서는 어떤 패턴이 한 시스템의 많은 부분에서 오랫동안 계속해서 되풀이 될 경우 그 시스템 안의 순환 고리 구조에 그런 반복된 패턴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그 시스템을 아무리 더 강력하고 빠르게 작동시킨다고 해도 시스템의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그 패턴은 변하지 않는다”(성장의 한계, 갈라파고스)
위의 인용 글을 보면, 그동안 온갖 폭력 예방 대책을 만들고 가동시켰어도 군대 내 폭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그런 폭력 예방대책을 포함한 군대라는 시스템 자체가 ‘폭력’을 내재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지금 한국 군대는 임기응변식의 대응을 그때그때 내 놓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군기라고 하여 전체주의적인 옛 군대의 모습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지시와 아래로부터의 의견 표출이 자유로이 만나 합리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창의적인 군대로 탈바꿈하여야 할 것이다.
군대가 지배 권력의 뒤치다꺼리를 하기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토와 국민을 지키고 나라의 기본이념인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군대로, 그리하여 말로만 민주주의가 아닌 군대 내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과 교육이 기본이 되는 군대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군대가 지켜야 할 것은 ‘헌법 1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것임을 잊지 말자.

 
노완호 의사
평택지역녹색평론독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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