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덕면 계두봉·서부역 광장 만세 현장 둘러봐
평택 선조들의 애국정신 나눔·교육의 장 돼야

 
‘3·1운동’은 어떤 사건인가?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민족의 운명은 그 민족 스스로가 결정해야 된다’는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하면서 독립운동의 불씨가 피어나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여 전 민족이 일어난 항일독립운동이다. 또한 독립선언문·민족대표 33인·영원한 누나인 유관순 열사·탑골공원·천안 아우내 장터 등등… 3·1운동에 대해 우리가 떠올리는 단어나 사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안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평택’이 있는가?
평택시 ‘온누리학습동호회’에서는 ‘평택역사둘레길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여정에는 청암대학교 성주현 연구교수가 길라잡이가 되어 ‘평택의 3·1운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1919년 봄이 시작될 무렵 평택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현덕면 권관리 계두봉이었다. 3월 1일 서울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이 지방으로 전파되어 평택지역에서는 현덕면에서 첫 만세운동이 전개되었다. 3월 9일 밤 계두봉·옥녀봉·고등산 등 산 정상에서 불을 놓고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현재 계두봉은 평택호방조제 건설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지만 그 자리를 바라보며 애국심으로 밝혀진 산등성이를 떠올리니 마음이 울컥하였다. 이어 3월 10일에는 오성면, 청북면 토진리 오봉산과 마루산 정상에서 신포 일대의 주민들이 만세를 불렀다.
만세 함성을 떠올리며 평택역 서부광장으로 이동했다. 1919년 4월 1일, 이곳에서는 3000여 명이 참여한 만세운동이 있었다. 이것은 안성의 양성과 원곡만세시위, 수원군 장안면과 우정면사무소 습격시위 등과 함께 가장 큰 만세시위였다. 이날의 만세시위에 대해 민세 안재홍은 “원근(遠近) 수백리(數百里) 높고 낮은 봉(峰)과 봉(峰), 넓고도 아득한 평원(平原)과 하천지대(河川地帶)까지 점점이 피어오르는 화톳불과 천지도 들썩거릴 듯 한 독립만세의 웅성 궂은 아우성”이라고 회고했다. 95년 전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한 목소리로 함께 외쳤고, 또 그만큼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택역 서부광장의 평화로움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던 광장에서 함께한 동행인들과 잠시나마 그 때의 영감을 받고자 ‘대한독립만세’를 외쳐보았다.
고덕면 율포리·청북면·북면 은산리·송탄면·안중면·북면 등에서도 만세운동이 전개됐다. 그 중 서탄면의 윤기선 면장은 4월 3일 마을 주민을 면사무소로 집결하도록 하여 구장(이장)과 주민 4백여 명이 면사무소에 모이자 “세계의 대세로 보면 조선은 독립할 시기에 이르렀다. (중략) 내가 적에게 잡혀가는 일이 있으면 면민 전체를 벌을 주는 일이니, 계속 투쟁하라”고 독려하면서 만세시위를 주도했다. 이러한 평택 각지의 만세운동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였고, 많은 사람이 압송되었다.
이어 현 진위면사무소를 방문하니 그 앞에 ‘진위현청의 터이자 독립만세운동 자리’라는 비석이 세워져있었고 그 자리에 서서 당시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조들의 만세 행렬을 따라 들른 곳은 안성 양성면에서 출발한 만세대열과 원곡면에서 출발한 만세대열이 만나 ‘만세고개’로 불리는 곳에 있는 ‘안성3·1만세운동기념관’이었다. 해설사의 설명과 잘 정리되어 있는 만세운동 자료들을 보니 평택의 만세운동에 대한 자료와 안내가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역사적 가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평택 선조들의 애국정신을 더욱 본받을 수 있도록 나눔과 교육의 장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이번 기회를 통해 평택 전역에서 이렇게 독립운동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그 어느 지역보다 격렬하였으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뜨거웠던 평택, 그 자리에 살고 있다는 것이 가슴 벅차게 다가왔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 평택 선조들의 자주독립을 위한 저항의식을 본받아 주체성을 가지고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겠다.
“우리가 만세를 부른다고 당장 독립되는 것은 아니요. 그러나 겨레의 가슴에 독립정신을 일깨워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만세를 불러야 하겠소”
-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의암 손병희 선생이 3·1 독립선언을 앞두고 우이동 봉황각에서 천도교 간부들에게 다짐한 말 중 -

 
박누리 주무관
평택시 생활지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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