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앞둔 말매미의 늦은 구애

 

▲ 정열의 거인 군단 말매미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아직도 시끄러운 매미 울음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이면 매미 울음소리의 강도가 많이 낮아졌을 것이지만 예년에 비해 한 달이나 늦은 마른장마로 7월이 지나서야 굳었던 땅이 물러져 땅속에 있던 굼벵이가 늦게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암컷을 부르는 수컷의 울음소리도 늦어졌기 때문이다.

 

▲ 정열의 거인 군단 말매미

여름이란 계절과 가장 관련이 있는 동물 중에 혹 매미가 있다면, 털매미의 전파음 비슷한 낮은 소리로부터 시작된 평택의 여름은 음의 변화가 많으면서도 상쾌한 소리를 내는 애매미와 이른 아침부터 소리를 내는 참매미의 리듬을 타고가다, 늦여름 말매미의 길게 이어지는 우렁한 소리로 마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사는 매미는 참매미·유지매미·애매미·쓰름매미·깽깽매미·털매미 등 15여종이 보고되고 있으며, 보통의 매미들은 여름이 시작되어야 울기 시작해 여름 내내 울다 사라지지만 풀매미처럼 5월 하순경에 출현하거나 늦털매미와 같이 늦여름에 나타나 가을을 지내다 가는 종도 있다.

 


▲ 우리 매미의 대표 참매미

오래전부터 매미는 우리 생활 깊은 곳까지 자리를 잡으면서 함께 지내왔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매미에 대한 정서 또한 큰 변화가 있는 듯하다. 늦은 장마로 이제야 모든 번식을 마친 맹꽁이가 도시인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원인 제공자로 오해를 받았다면 긴 하루를 나누어 울어대는 참매미와 말매미 또한 이에 못지않은 역할로 혹 위해조수처럼 위해곤충으로나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이다.


▲ 다양한 레퍼토리의 소유자 애매미

요즘 들어 안타깝게도 ‘매미’라는 키워드에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면 소음이다. 기나긴 땅속 생활로부터 벗어나 짧은 기간의 크나큰 외침은 이 땅에 좋은 유전자를 남기고자 하는 생명 있는 것들의 몸부림일 것이다. 덕동산 너머까지 소리가 전해지는 맹꽁이 수컷의 강력한 메시지가 그렇고, 느티나무에 붙어 오랜 시간동안 말매미의 단조롭지만 크면서 길게 이어지는 울음소리 또한 그렇다.
종족보전을 위해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웅덩이를 찾아온 맹꽁이들의 목숨을 건 합창처럼 오랜 세월 땅속에서 지내다 불과 일주일 전후에 짝을 찾아야 하는 매미의 애절한 울음소리 또한 목숨을 건 합창일 수밖에 없다.
8월 넷째 주,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의 처서(處暑)를 앞에 두고, 생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주어진 역할에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말매미의 성실함에 불편했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소리 속에 담겨진 자연의 신비에 귀를 기울여봄은 어떨는지….


▲ 목숨을 건 맹꽁이의 울음소리

※ 9월말까지 멸종위기2급에 속한 맹꽁이, 금개구리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양서류에 속하는 맹꽁이(2급)·금개구리(2급)·수원청개구리(1급) 는 물론이고 평택의 멸종위기동식물을 발견하시면 전화 부탁드립니다. 채택된 제보 중 생태계보전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준비된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김만제 소장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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