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처방과
예방책이 필요하다.
정확한 정황과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제대로 고치고
예방책들을 법적 장치로 만들어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이기도 하다

 

환자를 진단하는 의사가 수십 년 동안 다른 사람의 검사기록을 보면서 환자가 건강하다고 진단해오다가 이제야 검사기록이 그 사람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면, 안타깝게도 이 사실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 전에도 있었던 일임이 밝혀졌다면, 당신은 그 의사에게 어떤 욕을 할 것이고 어떤 비판을 할 것인가? 2014년 9월 4일자 <JTBC 뉴스>에 따르면 한수원에선 수십 년간 영광에 있는 ‘한빛원전 2호기’의 안전점검을 ‘한빛원전 1호기’의 설계도면으로 해왔다고 한다. 엉뚱한 설계도면으로 핵발전소 안전점검을 했다는데 문제는 핵발전소의 가장 핵심부품인 원자로 압력용기의 용접부위가 다른 곳을 점검하고는 늘 안전하다고 진단을 내려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그저 운이었을 뿐이라니 아찔하다.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 기장에 있는 ‘고리원전’에서도 3호기의 설계도면으로 4호기를 점검하는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세월호 사건을 경험하면서 처음 가졌던 생각도 왜 이 같은 참사는 계속 반복되는가하는 것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도, 성수대교 붕괴도, 씨랜드 참사도, 해병대 캠프 참사도, 세월호 참사 불과 2달 전에 벌어진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건도, 반복되는 그 많은 사건들에서 정말 아무것도 배운 것들이 없었는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이렇게 원전에서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점은 세월호 사건과 너무 닮아있다. 사회현상과도 같이 비슷한 일이 자꾸 반복되는 세상이라면 어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고 가족들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세월호 이후에도 여전히 비극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열차가 추돌하여 수십 명이 다치고 죽었다. 대형화재들이 반복되었고 대기업 작업장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의 뉴스를 통해 그 작업장에서 그동안 사망한 사람이 세월호 사망자 수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폭우로 인해 가동을 정지시켰다던 ‘고리 2호기’는 취수펌프가 먼저 고장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숨겼다. 아직 기억 속에 생생하기만 한 빗물에 둥둥 떠내려가다 거센 물속으로 가라앉는 시내버스의 영상.이젠 보다 근본적인 처방과 예방책이 필요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예상과 달리 방법이 어렵지는 않다.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방법을 적용하면 되는 것이니까. 현재 벌어진 상황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정황과 진실을 알아내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진단이 있어야 예방조치가 가능할 것이니 이 과정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제대로 고치고 되돌리고 또 그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는 그에 적당한 징계나 법적인 처벌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예방책들을 법적 장치로 만들어 앞으로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이기도 하다. ‘세월호 특별법’에 담고자 하는 내용은 진실을 밝히는 것과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시대적으로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회의 다른 모든 곳에도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라는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원칙을 퍼뜨려나갈 계기가 될 것이다.명절에도 길거리에서 노숙을 했을 세월호 유족들에게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위로가 진실의 규명 밖에 다른 그 무엇이 있단 말인가?
 

 

 

▲ 노완호 의사
 평택지역녹색평론독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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