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재주와 술수로는 신뢰받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태국 방콕에서 좀 떨어진 산속에서는 박쥐동굴이 수도 없이 많다. 저녁이 되면 수십만 마리의 박쥐들이 떼를 지어 동굴을 나오는데 이 때 동굴밖에는 독수리들이 지키고 있다가 맨 앞에 나오는 박쥐를 낚아채 먹이로 삼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집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저녁마다 맨 선두에서 동굴을 나오며 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박쥐가 곧 그 박쥐세계의 지도자라는 것이다. 즉 지도자의 입장에서 박쥐 떼가 동굴을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자기를 희생하며 전체를 살리는 것이다. 이 같은 희생정신과 각오가 없다면 참다운 큰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재주와 술수로는 결코 신뢰받는 참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참다운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아는 지혜와 함께 분수를 정확히 깨닫고 행 할 줄 알아야 한다. 착각과 과대망상, 우월감은 파멸을 초래 할 뿐이다. 총선을 맞이하면서 선량이라 자처하는 정치후보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더욱 회의감과 함께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의 단맛을 좇아 군주를 배반하고 변심하는 가운데 권좌를 지키기 위한 권모술수를 일삼고 거짓과 진실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심지어는 뒤늦게 양심선언(?)을 하며 상대를 헐뜯는 추태를 벌리며 못 된 버릇을 답습하고 있다.
옛날 말에 이르기를 “나라에 올바른 한 사람의 인물이라도 있으면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나라를 망치는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망 할 때를 당해 어질고 진실 된 사람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정치와 권력투쟁 역시 사극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거 정란시대의 무정부상태를 연상케 하고 있다. 술수가 정도(正道)인양 인식되고 개집 짓는 것 보다 더 쉽게 ‘당’ 만들기와 직권남용이 능력으로 평가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자신의 작은 이득이나 명예를 위해 대의(大義)를 저버리는 막말이나 행태가 비일비재 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어찌 사극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과거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바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인들인 것 같다.
과거의 정치인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정치를 해왔느냐는 오늘 우리의 정치를 보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거울이 된다. 가깝게는 70년대, 멀리는 조선, 고려, 등에 이르기까지 정치인들이 보여준 정치 행태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에 어쩜 그보다 더 심하게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지금은 이념까지도 상반된 상태가 되어 국가 안보의 기초를 흔들어 놓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당파 계파 싸움으로 대부분의 날들을 낭비하는 등 국민의 혈세로 된 세비만 축내면서도 불통의 대립은 전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죽여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힘겨루기나 하면서 이권만 챙기려 한다. 이 때문에 무슨 일이든 자신과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면 동지가 되지만 그렇지 않고 반대라도 하면 어제의 동지가 생각할 것도 없이 적으로 단정 짓고 곧 바로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식의 이중 잣대로 그것도 사적(私的)인 영역을 너무 확대해 평가한다면 살아남을 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문득 모 정당 후보의 막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 것을 떠올리며 “비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 이라는 성경구절을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허물을 일일이 다 따진다면 온전한 사람이 있을 수 없다. 누구든 마찬가지이지만 남의 허물을 보는 순간 정죄의 마음이 들고 이로 인해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어 정죄하여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오늘을 우리는 이제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까지도 용서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삼일 후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아름다운 마음을 닮아 남의 허물을 자신의 허물로 여겨야 한다. 허물을 덮는 사람은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위대한 사람이다. 남이 나를 탓 할 때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 우선 자신의 문제를 먼저 찾아 고치는 습관을 갖도록 하고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조직원(팔로우어)이 지도자(리더)의 비전과 말을 따르는 까닭은 지도자의 달변과 처세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도자 자체가 보여주는 신뢰성 때문이다.
지도자의 성품에서 나타나는 믿음직함(신뢰도)을 보고 조직원들은 그를 따르는 것이다. 배고픔은 참을 줄 알면서도 배 아픈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하는 우리네 정치 풍토가 하루속히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흔들어 떨어뜨리고, 함정을 파고, 모함하고, 배반하고, 약점을 노려 발목이나 잡으려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시기하고 상처를 낸 이번 선거의 후유증은 이제 개나리, 진달래꽃을 피우게 한 봄 바람으로 모두 날려 보내고 내 조국의 발전을 위해 하나가 되자. 화살의 시위는 이미 떠났고 항구의 배는 이미 출항을 했다. 행, 불행의 결과는 선택을 한 유권자의 몫이자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