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권리가 있다
농민들과 국민들이 함께할 때
농업과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다
그것이 소비자와 농민이
함께 사는 길이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는 쌀 관세화 전면개방을 반대하고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쌀과 관련된 집회라 하면 보통 농민들이 모였겠구나 하겠지만 그날 집회는 달랐다. 물론 쌀을 지키고 우리농업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농민들이 모였지만, 그 못지않게 많은 소비자들도 함께 모였다. 농민집회에 왜 그 많은 소비자들이 함께 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쌀을 지키고 더 나아가 농업을 지키는 일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소비자 즉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08년 미국의 불합리한 통상압력에 맞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광우병 촛불시위’를 기억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내용에 반대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시민들의 주도로 100일 넘게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매일 밤마다 촛불을 들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대로 광우병 발생이 의심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규제했고 국민들의 수입농산물에 대한 먹거리 안전성 요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하루 한 끼를 먹든 세 끼를 먹든 먹어야 살 수 있다. 인간에게 먹는 문제는 생존이며 삶인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식량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 먹을거리 문제는 지구인들의 최대 관심사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자국의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그리고 국민들의 먹을거리 안정성 문제보다 시장논리·경제논리로 식량문제를 대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못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곡물수입국이다. 매년 100억 달러, 약 11조가 넘는 엄청난 양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다.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고 WTO 세계무역기구에 동참한다는 이유로 식량자급률이 23%,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률이 3.7% 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쌀마저 전면개방 하겠다는 것은 이 땅의 농업을 포기하고 식량주권을 외국에게 넘기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쌀 전면 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부의 논리에는 농민도 없고 국민도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이 땅의 농업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 농민을 지키고 소비자인 국민을 지키는 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해답은 소비자인 국민에게 있다. 지난 시기 자녀들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유모차를 끌고 나와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쳤던 어머니들의 심정으로 쌀 문제를 바라볼 때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농민들과 소비자인 국민들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우리 쌀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남은 쌀마저 지켜내지 못하고 외국에게 넘겨준다면 언젠가는 이 땅의 쌀 농업이 사라지고 밀가루와 콩·옥수수가 그랬듯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는 유전자 조작 외국산 농산물을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안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식량 생산 감소로 인해 닥쳐올 식량 대공황을 대비해야할 의무가 있다. 선진국일수록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 국민들이 우리의 주권이요 생명인 쌀을 지키는 일에 함께 나설 때이다. 농민들과 소비자가 함께 하는 길이 농업을 지키고 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 이상규 정책실장
평택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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